여행은 즐거워

이스탄불 시내 구경을 마치고 밤버스를 타다.

시골아이! 2006. 5. 27. 14:34

5.27 토, 날씨 화창

 

아침에 식당으로 내려가니 식사중이던 한쌍의 중년 남녀가 말을 건다. 한국에서 어제 출발해 오늘이 여행 첫날이란다. 우리가 하루 먼저 왔다고 이것저것 아는 체를 했다. 들어보니 그들의 일정이 우리랑 비슷하다.

이곳에서 오늘 저녁 밤버스를 타고 카파도키아로, 하루를 묵고 다시 버스로 파묵칼레, 에페스까지...그리고 배를 타고 그리스로 넘어가는 것까지...다만, 우린 배로 그리스 사모스 섬으로 건너가 비행기로 아테네에 들어갈 예정인데, 그들은 배를타고 직접 아테네로 들어간단다. 음..같은 또래로 보이는데, 동무삼아 잘 됐다 싶다.

 

식사를 마치고 이틀째 유람에 나섰다. 버스를 타고 갈라타 다리를 넘어 갈라타 지역에 있는 돌마바흐체 궁전으로 향했다. 이곳은 오토만이 15세기 이 도시를 점령할 때 닻을 내린 포구였는데, 17세기초에 지은 목조의 궁전이 화재로 전소되어 1843년에 다시 짓기 시작해 13년만에 마무리 지었단다.

 

입구엔 커다란 시계탑이 있는데 보기에 예사롭지 않다. 멋지다. 그런데 이런 멋진 시계탑의 1층엔 여행안내 사무실 간판이 붙어있다. 분수가 물을 뿜는 주위 꽃밭이 장미, 접시꽃들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넓은 마당을 지나면 웅장한 대문앞에서 보기에도 늠늠한 군인 아저씨가 한손엔 총을 한손엔 뒤춤의 단검을 쥐고 눈도 깜짝하지 않고 서있다.

 

궁전의 장식에는 14톤의 금과 40톤의 은이 들어갔다니 그 화려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일반 행정업무를 보던 곳, 대회의장, 그리고 술탄의 여인들이 거처하던 하렘...그넘의 하렘은 가는 곳마다 있넹~

대회랑에서 이층 붉은 방으로 오르는 계단의 샹들리에, 엄청나게 큰 상아 촛대, 소련의 니콜라스 2세가 선물로 줬다는 곰가죽,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 헌사했다는 샹들리에가 특히 인상 깊었다.

 

 

멋진 폼을 잡고있는 아저씨랑

 

2층으로 오르는 계단

 

마루 바닥은 나무로 되어있어 가끔 삐걱거린다.. 곰가죽~따뜻하것당~


상아가 저리도 클수 있단 말임까??


뭘까여??


초대 대통령의 집무실..

1938년 11.10 오전 9시 5분 터키 국기가 있는 저 침대에서 사망했답니다..

오른쪽 탁자엔 9시 5분을 가리키며 영원히 정지한 대통령의 시계가 있다.

 

40x45미터의 그랜드 홀

높이 36미터 무게 4.5톤의 750개의 촛대로 된 크리스탈 샹들리에는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 선물로 준 것이라고..

124평방미터의 카펫은 수공으로 만든 것으로 터키에서 두번째 크다.

 

 

아침부터 너무 많이 걸으면 지칠거 같아 택시를 타고 탁심광장으로 오르는 언덕을 한바퀴 돌아 갈라타 다리 입구에서 내렸다. 다리는 걸어서 건너기로 했다. 넓은 다리에선 수많은 낚시꾼들의 낚싯대가 바다에 드리워져 있고, 해변을 따라 조그만 어시장이 있다. 모처럼 시장을 둘러보니 재미있다. 낯선 고기도 징그럽게 누워있고...

 

바닷가 모래위에 차려진 밥상에서 점심을 했다. 고등어 케밥에 큰 멸치와 갈치처럼 생긴 생선을 데친것이 나왔는데 짭짤했지만 그런대로 맛있다. '차이'라는 핑크빛 차는 달짝찌근한데 뒷맛이 조금 떫은게 운치있다. 식당에서 나오다가 직접 오렌지를 기계로 눌러 즙을 내주는 할아버지한테 디저트로 즉석 쥬스도 한잔 하니 뱃속은 상쾌..날씨는 화창..풍광은 완짱..여행의 진미가 이런 거리라.

 

갈라타 다리의 풍광은 참 재미있다. 우리가 걷고 있는 이 다리의 왼쪽은 보스포러스 해협, 오른쪽은 골든혼 만이다. 보스포러스라는 이름은 신화에서 비롯되었다. 바람둥이 제우스가 질투의 화신 헤라로부터 그의 애인 이오를 구하기 위해 이오를 소로 변신시켰다. 그러나 잔머리 잘 굴러가는 헤라가 그걸 모를리 없지..이 소를 괴롭히도록 똥파리를 보내자 이오는 파리를 피해 이 바다를 건넜고 이때부터 이곳은 "소의 문"을 뜻하는 보스포러스(카우 게이트)로 불리었단다. 유럽은 어느 곳이나 그리스신화 한편이 얽혀있지 않은 곳이 없다.

 

세계 어느나라의 다리도 이처럼 편안하게 관광객의 다리를 즐겁게 해주진 못할 것이다. 오래전 세계에서 몇번째로 길다는 중국 남경의 양자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널 때에도 사람들이 바글바글해 2km나 되는 다리가 아주 즐거웠는데, 이 다리는 그에 못지않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다. 다리 양쪽 난간엔 푸른 바다를 향해 촘촘히 드리워진 낚싯대가 가고오는 이의 발목을 잡는다. 인도가 차도만큼이나 넓은 이 다리는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낚시꾼들이 잡아놓은 물고기를 구경도 하고, 고기 잡아 올리는 재미에 같이 빠져도 본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온몸 한가득 안고 걷는 동안은 소풍가는 어린애의 가슴만큼이나 흥겹다.


낚싯대 드리워진 갈라타 다리


 

다리에서 본 보스포러스 해협...멀리 아시아 지역이 섬처럼 보인다.


 

다리를 건너 무지막지하게 크기로 유명한 바자르 지역으로 들어섰다. 이름하야 그랜드 바자르...들어가는 입구가 18개나 되고 길다란 골목길이 80개나 되는 이곳엔 4,400여개의 점포가 있다다. 천장은 멋진 지붕으로 덮혀있고...없는거 빼고는 다있다. 딸래미와 즈 엄마는 그저 신이 나있다. 그냥 지나칠 사람들이 아니다. 난 다리아파 죽겠는데... 쇼핑만 따라 나서면 난 웬지 다리가 아프다.

군밤장수도 보이고 차를 배달하는 남자 레지들도 자주 보인다.

 



 

바자르에서 나와 잠시 그늘밑에서 휴식을 취하고 지나가는 길에 이스탄불 대학 정문에서 사진 두어장 찍고 슐레이만 대제의 사원으로 향했다.  5, 6분이나 걸었을까...얼마나 가면 되냐고 몇번씩이나 묻던 예린이가 아니나 다를까 주저않아 버린다. 뭔 길이 이리도 뭐냔다...헐~~지가 그래봤자 혼나기밖에 더하겠냐마는...그런다고 가던길 멈출 즈 엄마가 아니라는 걸 아직도 모를까...멍청하고 불쌍한 예리뉘~~

 

슐레이만 대제의 사원도 꽤나 컷다. 정문에 들어가니 오른쪽에 무덤의 정원이 있다. 귀신이 아니라 요정이 뛰어나와 반겨줄것 같은 아름답게 꾸며진 무덤 저편엔 슐레이만 대제와 그의 부인의 무덤이 있다. 들어가는데 입장료는 없는데 대신 기부금을 내라해서 밖에서 사진만 찍고 말았다. 이 사원을 만든 시난의 무덤도 있는데, 시난은 당대 최고의 건축가로 설계도 없이 집을 짓기로 유명했단다. 이나라 저나라 다니면서 400여채의 건축물을 남겼는데 이탈리아의 미켈란젤로에 버금가는 천재란다.

 

사원 내부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몇몇 사람들이 일렬로 앉아 발을 씻는다. 우리도 씻었다. 물론 옵션이지만 씻고나니 발도 편하고 한결 피로가 풀린다. 모스크 내부는 그리 화려하진 않다. 다른 곳에 비해서...

밖으로 나와 건물 귀퉁이에 쪼그리고 앉아 쉬고있는데 마침 염불같은 예배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나온다.

 


대학생이 된 듯한 기분으로 이스탄불 대학 정문에서 한장

이랬던 예륀..

이렇게 띵깡을...



 

이스탄불 대학의 엄청 높은 성벽밑에서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차에서 먹을 저녁거리로 샌드위치와 먹거리 조금 샀다. 빈가방이 다시 무거워진다. 호텔에 돌아오니 아침에 만났던 그 한국인들도 시내 관광을 마치고 들어온다. 오늘 저녁 우리랑 같이 밤버스를 타고 카파도키아로 간단다. 호텔에서 내어준 방 하나에 들어가 샤워를 하고 바로 시외버스터미널로 향했다. 버스터미널 대합실에서 샌드위치로 저녁을 때웠다. 같이온 한국인 두분은 컵라면으로 때우면서 애들이라도 자기들의 컵라면을 먹이라고 한다.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으나 자기들도 먹기 부족할텐데 싶어 그냥 사양... 

 

저녁 9시에 오랜시간 함께할 버스가 출발을 한다. 12시간 걸린다니...헉~~주겄다..

영어를 못하는 키크고 잘생긴 남자 차장은 손목엔 치렁치렁 수갑같은 팔찌를 하고 수시로 물도 따라주고...근데, 앞 사람들 보니까 차장이 물병같이 생긴것을 들고 손바닦에 부워주니까 그걸로 손을 씻더니 얼굴도 문지른다...헐~~저게 뭘까...

나도 해보니 향수같은 스킨...뭐 그런거다...강한 향내가 코를 찌른다...냄새제거에 제격이군..차 바닦에도 가끔 방향제를 뿌린다.

 

그래도 젊은 넘들이라 팔팔하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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