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궁이 아닌 집들은 어떠했을까요. 크레테 섬 북쪽에 있는 테라섬(Thera, 현재의 Santorini)에서는 당시의 집 몇 채가 그대로 발굴되어 생생한 모습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이 집은 기원전 2000년대의 중반에 일어난 화산폭발에 의해 화산재로 덮여 있다가 1976년에 발굴되었습니다. 기원 후 79년에 화산재로 덮였다가 19세기에 발굴 된 로마시대의 도시 폼페이처럼 말입니다.
이 집(도9)의 한 방은 도10과 같은 구조를 보여줍니다. 이 방에 남아있는 벽화를 한번 봅시다. 낚은 고기들을 엮어서 들고 가는 소년들(도10,11)은 그들 사이에 있는 작은 제단(방 왼쪽 코너)을 향하고 있는 것을 보아 이들은 생선을 봉헌물로 바치고 있는 듯 합니다. 잠시 양식을 볼까요? 이집트 벽화의 인물같이 이들도 측면의 얼굴, 정면의 어깨, 측면의 발을 하고 있어서 이 시대의 이집트와 에게는 공통의 양식을 지니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면도 있지요? 이집트 인물은 엄격한 법칙에 의해 그려진데 비해서 이 소년은 윤곽선이 좀 더 자유로운 모습입니다. 그리고 도10의 왼쪽 소년은 정 측면으로 그려지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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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9 테라섬의 아크로티리에 있는 서쪽 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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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10 도 9의 내부 중 5번 방, 기원전 16세기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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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11 <어부> 도10의 부분 |
아크로티리 출토, 기원전1450년경 |
프레스코, 높이109cm |
아테네, 국립고고학 박물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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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12 <작은 함대들> |
도10 방의 한 부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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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12의 프레스코 벽화는 도10의 방 남쪽 벽 윗 부분에 그려져 있는 것입니다. 그림을 보니 어떻습니까? 항구도시의 활발한 모습이 생생하지요. 벽돌로 쌓아 지은 집들은 굴곡진 산들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사슴들이 사자에게 쫓기고 있군요. 섬을 둘러싸고 있는 바다에는 돌고래가 튀어 오르고, 마을 앞 바다에는 배가 두 척 보입니다. 줄 지어 노를 젓는 가운데 배와 짐과 카노피가 있는 왼쪽의 배, 작은 함대라고 추정되는 이 배들에 탄 사람들은 화면 왼쪽 방향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마을의 사람들도 집 앞의 문이나, 옥상에서 같은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아마도 함대의 행렬이나 볼 만한 풍경들이 펼쳐지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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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테 문명의 또 한가지 특징은 거대한 신상을 별로 만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나마 발견되는 것은 뱀을 들고 가슴을 드러낸 여자 정도입니다(도13,14). 이는 아마도 여사제를 형상화한 도기라고 추측됩니다. 또한 에게 미술에서는 소가 자주 등장합니다. 황소 등을 타고 넘는 곡예의 장면(도15)을 보면 황소가 무섭기 보다 마치 인간이 동물과 함께 즐기는 듯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장면이 조각으로도 많이 제작된 사실(도16)에서 미루어 보건데 이는 일종의 의식이었던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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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13 <뱀을 든 여신> |
기원전 1600년 경, 파이앙스 도기, 높이 34cm |
헤라클레리온, 고고학 박물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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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14 <뱀을 든 여신> |
기원전 1600년전, 파이앙스 도기 |
헤라클레리온, 고고학 박물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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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15 <황소와 곡예> 크노소스 궁의 프레스코, |
기원전 1450-1400년경, 헤라클레니온, 고고학 박물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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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16 <황소 위로 뛰어 오르는 곡예사>, 크레테, 크노소스 궁전 |
기원전 1600년경, 청동, 길이 15.5 cm, 런던, 대영박물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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