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nd of Music의 추억을 찾아..
7. 12 수..무더웠지만, 즐거웠다..한차례 소나기가 지나간 후엔 시원했다.
모짜르트의 고향 짤츠부르크의 아침이 밝았다.
9시에 Sound of Music 투어 버스가 호스텔 앞으로 온단다.
짐들을 지하 창고에 맡기고 언제나 그랬듯이 노란색 식량가방을 울러메고 앞마당으로 나갔다.
예륀이는 뒤늦게 호스텔 방명록에 여행의 소감을 적느라 바쁘다.
오늘 우리와 함께할 버스는 50명쯤은 탈 수 있는 커다란 버스였는데, 무지 깨끗하다.
이름을 "수"라고 소개한 가이드 아줌마는 50이 넘었는데도 소녀처럼 잘 웃고 발랄하다. 노래도 잘하고..
우린 운 좋게도 앞쪽에 자리를 잡았다. 우리 호텔에서 10여명을 태우고 가는길에 다른 호텔에서도
몇명을 더 태운다. 오늘 우리랑 투어에 같이할 사람들은 모두 20명 정도..
먼저 구시가지의 골목길을 꼬불꼬불 돌아 한적한 교외로 조금 빠져나오니 주위엔 온통 버드나무가
울창하게 우거진 커다란 호수가 나온다. 마리아와 일곱 아이들이 뱃놀이를 즐기는 장면을 찍었단다.
그리고 지금은 개인 소유라서 들어갈 수 없었던 연못가에 있는 하얀 집의 뒷정원과 테라스...
본트랩 대령이 마리아를 좋아하면서 비엔나에서 데려온 여인 엘자 쉬라이더에게 먼저 차이던 그
테라스가 멀리서 보인다.
그 아래에선 집주인인 듯 한 사람이 물을 뿌리며 정원을 돌보고...
짤츠부르크(Salzburg) 시내는 알프스 자락에 자리잡아 그런지 온통 숲속에 파묻혀있다.
부근에 소금(salz) 산지가 있어 옛부터 경제적으로 부유한데다, 유럽의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어
교통과 무역이 발달해 '유럽의 심장', '북쪽의 로마'라는 별명이 붙여졌단다.
길가의 무성한 가로수들이 시커먼 그늘을 만들고, 버스의 유리창엔 종종 늘어진 나뭇잎들이 간지럽혀
무더운 여름의 훈김속에서도 시원스러워 보인다.
도시를 벗어나 남쪽으로 10여분 달려 헬브룬 궁전 앞에 있는 음악학교로 갔다.
이 궁전은 15세기 초에 이 도시 대주교의 여름별장으로 지었는데, 장난꾸러기 대주교가 찾아오는
손님을 놀래키려고 여기저기 분수를 몰래 만들어놓고 물장난을 쳤단다.
아이쿠~깜짝이야~웬 물이 발밑에서...ㅎㅎ^^-- 이렇게~~
이 곳 궁전 앞의 넓은 초원은 밀밭과 언덕, 정원으로 온통 파랗다. 울울창창한 가로수와 곧게뻗은
신작로에선 키타들고 폴짝거리며 춤추던 줄리앤드루스가 보이고,,,
공원 입구엔 대령의 첫째 딸과 우편배달부 루돌프가 달밤에 사랑을 속삭이던 벤취가 있다.
몇년 전에 어떤 80세된 할머니가 "I am sixteen, going on seventeen~~" 흉내내다가 넘어져 골반이
부러졌다나...철없는 관광객들이 벤취위를 뛰어다닌 덕분에 지금은 그 벤취가 있는 문을 폐쇄시켰다..
우리의 버스는 다시 교외로 접어들더니 짤츠캄머구트 지역으로 향한다.
한시간쯤 달렸을까... 이 길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말만 들어도 아름다운 알프스의 빙하가 녹아 만들어진 수십개의 파란 호수가 버스 길을 따라
골짜기마다 잔잔하게 펼쳐져있다.
호수를 감싼 언덕에 빨간 벽돌의 굴뚝들이 보이는 이쁜 집들은 차라리 한폭의 동화다.
녹음으로 짓푸른 동산에선 여기저기 매미소리 들리는 듯하고...
겨울엔 저 목초지 언덕들이 스키장으로 변한다니,,,
아~~이곳 사람들 전생에 어떤 복이 있었기에 이런 낙원에서...부럽기 그지없다...
볼프강 호수에 면한 작은 마을, 모짜르트 어머니의 고향 장크트 길겐...
영화에선 산위에서 마을과 호수 전체를 찍어 알프스의 아름다운 경관을 화면으로 보여줬던 곳이다.
짧은 자유시간에 마을의 작은 골목길을 거닐면서 아름다운 자연과 어우러져 사는 사람들의 삶을
잠시 엿봤다.
담장너머 꽃밭에선 빨갛고 하얀 꽃들이 노랑 나비와 어울려 한낮의 여흥을 즐기는데,
앞마당 잔디밭에선 희끗한 할아버지 내외가 미니 골프에 여념이 없다.
무릉도원의 신선들이 저렇게 살았을까...
버스는 다시 산을 두어개 넘는다. 머리 위 스피커에선 줄리 앤드루스의 목소리가 감미롭게 들리고...
아담한 마을 장크트 볼프강은 아름다운 달빛호수(Moon lake)의 언덕위에 자리잡고 있다.
대령이 비엔나의 여사와 그의 친구랑 같이 집으로 돌아온던 길에, 가로수 위에 매달려 노래 부르던
아이들이 눈에 선하다... 마리아의 결혼식이 열린 교회도 있다.
조그만한 교회는 그리 화려하지 않다. 그런데도 세계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이곳 사람들은 교회에 헌금을 많이 해야 할것 같다.
길거리엔 샌드위치와 생맥주로 점심을 때우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도 한자리 끼어 샌드위치로 점심을 때웠다.
짤츠부르크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가이드 아줌마는 영화 스토리에 대한 멘트에 이어 도레미쏭,
에델바이스 등...Sound of Music 등장 노래들을 연신 틀어준다.
여기저기서 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따라 흥얼거리기 시작한다.
시내에 있는 미라벨 정원 앞에서 투어는 끝났다. 말많고 재미있었던 "수" 할머니와도 이별이다.
꽃과 분수가 어우러진 넓은 광장안의 미라벨 궁전은 16세기초 대주교가 자기의 연인을 위해
만들었단다..글쎄, 그래도 되는 건가??
대리석의 방에서 모짜르트가 연주도 했단다..하긴, 모짜르트는 이 마을에서 25살까지 살았다니까...
마리아가 대령의 아이들과 도레미송을 부르며 지나던 대문도 기억이 새롭다.
짤츠강의 다리를 건너 게트라이데 거리로 들어섰다. 이 도시의 가장 번화가로 상점마다 간판에
구두, 옷, 모자 등이 걸려있는게 재미있다. 글 모르는 양반들을 위해서 그랬다나..
이 거리 9번지에 모짜르트의 생가가 있다. 4층의 노란색 건물로 겉에서 보기엔 그리 크지 않다.
태어난 1756년부터 17세때까지 이곳에서 살아서 유년기의 작품은 모두 이곳에서 나왔단다.
그가 쓰던 바이올린, 피아노, 아버지와 주고받은 편지, 침대, 가방, 초상화 등 그의 생활했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그 주변에는 해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짤츠부르크 음악축제가 열리는 축제극장이 있다.
이 동네에서는 왕궁, 성당을 빼고 가장 큰 건물인 듯하다. 대령의 가족들이 콩쿨대회에서 탈출직전에
에델바이스를 부르던 곳이다.
조금 걸어 언덕쪽으로 올라가면 성 베드로 성당이 나온다.
12세기 초 공사가 시작된 후 8세기 동안이나 증축했단다.
성당에서 나오려는데, 갑자기 맑은 하늘에 굵은 소나기가 쏟아진다. 반갑기 그지없다.
한줄기 소나기가 웅크리고 있었기에 한낮엔 그리도 무더웠나보다.
2,30분 지나니 개기 시작한다. 땅의 훈김은 이미 가라앉았다.
모짜르트의 아내 마리안네와 하이든의 묘지가 있는 카타콤베는 교회 옆 공동묘지에 자리하고 있다.
본트랩 가족들이 콩쿠르에서 1등상을 마다하고 히틀러 용병들의 눈을 피해 수녀원 묘지뒤에 숨어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 조이게 했던 바로 그 곳이다.
뒷 문으로 나오니 언덕위에 있는 호엔 짤츠부르크성으로 오르는 궤도열차가 있다.
성에 오르니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시내 중심을 샛누런 짤츠강이 "S자"로 흐른다. 강 폭은 그리 넓지 않은데, "모짜르트 브릿지"인 일명
'도레미 다리'도 보인다. 금방 우리가 지나왔던 미라벨 정원, 성 베드로 성당, 조금 후에 들릴 대성당이
바로 발아래에 있다.
성은 독일의 공격에 대비해 11세기 짓기 시작해 17세기에 완공한 요새로 되어있다.
비갠 오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언덕 높은곳 담장에 기대어 즐긴 여유로움은 오랫동안 잊을 수
없을거 같다.
걸어서 내려올 땐 이강이가 신이 나있다. 까치발 종종걸음으로 저만치 혼자서 앞서 달린다.
언덕 중턱 삼거리에서 베네딕트 수도원 표지판을 보고 산허리를 따라 걸었다. 오솔길처럼 산자락에
뻣어있어 다리위를 걷는거 같다.
마리아가 가정교사로 가기위해 수녀원에서 기타들고 나오는 그 다리가 바로 이 오솔길...
마리아가 수녀가 되기위해 한때 기거했던 논베르그 베네딕트 수도원은 언덕 중턱에 자리하고 있다.
삐걱거리는 큰 대문을 조용히 열고 들어가니 성당 내부엔 서너명의 사람들이 조용히 앉아있다.
관광객들이 없어서 그런지 모처럼 조용한 성당이다.
오던길로 다시 돌아 내려가니 모짜르트가 세례를 받았다는 대성당이 나온다.
각시는 지도 한장으로 잘도 찾는다. 본대로 그린대로 목적물을 찾는다. 한번 실수를 하질 않네...
3개의 청동 대문은 믿음, 소망, 사랑을 나타낸다는데, 우린 어느 대문으로 들어갔는지 모르겠다.
성당에 있는 거대한 파이프 오르간은 6,000개의 파이프로 만들어졌단다.
레지덴츠 궁전으로 둘러쌓인 광장에서 분수를 배경으로 사진한장 찍고 중국 식당에 들어가 이른
저녁을 먹었다. 오늘 저녁엔 뮌헨행 기차를 타야한다. 낼 아침에 뮌헨에서 모스크바로 날아갈거다.
기차는 수시로 있는데, 오픈 티켓으로 예약을 해서 아무 기차나 오르면 된다.
유럽은 열차를 타고 아무런 제제없이 국경을 넘나들 수 있어 좋다.
머지않아 우리 세대에 울 나라도 그럴거란 생각도 든다..
이곳에서 독일 국경은 그리 멀지 않다.
영화에선 대령 가족이 걸어서 스위스로 탈출하지만, 사실 이곳은 독일과 맞닿아있기 때문에
스위스로 탈출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산을 넘으면 바로 독일인디...
호텔에 들려 짐을 들고 역으로 들어갔다. 때마침 7시반 열차가 기다리고 있다.
각시의 명령으로 우린 죽을 힘을 다해 뛰었다. 애들은 울러메기만 했지만, 난 메고 끌고...낑낑~~
담 열차가 몇시에 있는지도 모르니 암튼 이 열차를 타야만 했다.
태양은 아직도 열차의 앞쪽에서 강하게 비친다. 뮌헨까지는 1시간 반...서울서 대전 거리다.
기차는 어느새 국경을 넘어 뮌헨 중앙역으로 들어선다.
호텔은 역에서 가까운 차없는 거리에 있다. 길 양쪽으로 길다랗게 늘어선 카페들...
그 앞에서 호프 한잔씩 들고 후덥지근한 저녁 날씨를 즐기는 서양인들이 많다.
우리도 호텔방에 가방들을 던져놓고 샤워를 끝내기 바쁘게 밖으로 나왔다.
애들은 콜라, 우린 맥주로 모처럼 여행의 중반에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서로 장점과 단점, 고칠점과 좋은점들을 얘기하면서 실컷 떠들고 웃고 났더니, 몇년은 젊어진다.
한잔이 두잔이되고 기분이 Up됐다.
내친 김에 애들은 방으로 보내고, 각시랑 지하철로 뮌헨 시청앞 광장을 둘러보고 돌아왔다.
밤 11시가 넘었는데도 길거리의 청춘들은 아직도 시끄럽다.
I'm on sixteen, going on seventeen~~
언덕위에서 보여줬던 알프스의 마을..장크트 길겐
장크트 볼프강...저 나무에 애들이 매달려...
도레미송을 부르며 나오던 문
모짜르트 생가..
숨죽이며 숨어있던 곳...
후레쉬 불빛이 비추는 것만 같아 지금도 가슴이 뛴다..
베네딕트 수도원에서 나오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