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 안네 프랑크와 홍등가~
하늘이 꾸무리한게 조만간 비가 뿌릴 것만 같다. 이곳 날씨는 항상 이 모양이다.
가벼운 점퍼를 입고 가방하나 둘러메고 길을 나섰다. 오랜만에 암스테르담 나들이나 할 참이다.
헤이그에 온지 벌써 8개월이나 지났건만 2년전 첨 왔을때 각시 학교에서 소풍간 풍차마을이랑 운하
여행에 따라간 이후 이번이 두번째 나들이인 셈이다.
열흘 후에 귀국하면 언제 또다시 이곳에 오랴싶어 넬덜란드의 이곳 저곳을 두루 돌아볼 생각으로
우선 암스테르담부터 나들이하기로 마음 먹었다.
딸래미는 친구들을 집에 불러놓고 온통 맘이 들떠 정신이 없다. 친구없인 못살 그런 때이다.
헤이그 센트럴역에서 9시 29분 열차를 탔다. 열차는 시간당 2대, 29분과 59분 발차한다.
한시간후에 암스테르담 중앙역에 도착했다. 여행 씨즌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엄청 많다.
세계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지도한장씩 들고 길을 메운다.
우선 5번 트램을 타고 국립미술관으로 향했다. 아침부터 줄을 섰는데, 길이가 50미터는 넘어보였다.
한시간이나 기다린 끝에 드뎌 입장에 성공...
이곳엔 미술품이 5,000여점...엄청 많이 있는데, 본관을 수리중이라고 두개의 층에 중요 작품만을
전시한단다.
차라리 잘 되었다싶다. 네덜란드 화가인 렘브란트, 베르메르와 그들 제자의 작품들이 주로 전시되어
있다. 빈센트 반 고호도 네덜란드 출신이지만 여기에서 몇분 거리에 반 고호 미술관이 따로 있어
이곳에선 아쉽게도 고호의 작품을 보진 못했다. 특히 베르메르의 "부엌데기 하녀", 렘브란트의 "돌다리"
"야경(night watch)" 자신의 젊은 날의 자화상과 세파에 찌든 쉰다섯의 자화상 등이 인상깊었다.
국립미술관 앞엔 넓은 광장이 있다. 분수와 파란 잔디와 키작은 주위의 아름다운 집들이 도심 한가운데
동화속 마을처럼 펼쳐져있다..
벤취에 앉아 각시랑 사이좋게 김밥을 꺼내 먹었다. 날씨는 좀 서늘했지만, 아주 맛있다.
아침일찍 일어나 또닥또닥 하더니만, 김밥천국의 김밥이 이보다 더 맛나랴...^^
그 광장 끝자락에 빈센트 반 고호의 미술관이 자리하고 있는데 들리지 않기로 했다.
고호가 자살할때까지 남긴 일곱점의 해바라기 가운데 이곳의 해바라기가 가장 완성도가 높다고 가이드
북에 소개되어 있는데, 얼마전 영국 내셔널 갤러리에서 본 해바라기로 위로를 삼고 발길을 돌렸다.
트램 14번을 타고 "안네의 일기"로 유명한 안네 프랑크의 집으로 향했다. 조그만한 안네의 청동상을
지나 그가 숨어 살던 집에 당도하니 헉~~ 여기도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이 50미터는 된다.
다행이도 이곳은 저녁 9시까지 관람할 수 있어 좀 늦게 와도 될 것 같아 조만간 문을 닫을 벼룩시장부터
들렸다.
안네의 집에서 담광장을 지나 뒷편에 있는 벼룩시장은 조그만했다. 물건들도 후진국에서 만들었을 법한
조잡한 물건들이 대부분이다. 눈에 띠는 물건들이 없다. 그래도 귀국 선물용 열쇠고리 몇개 샀다.
오후 다섯시가 지났는데도 안네의 집을 보려는 사람들의 줄은 그대로 길다.
오래오래 기다려 나 혼자 입장했다. 각시는 이미 봤다고 들어가지 않는단다.
사실 입장료도 싼게 아니다. 7.5유로...돈 만원이다.
네덜란드 와서 애들이 보고있던 안네의 일기를 다시한번 읽었기에 기억이 생생하다.
2차대전때 히틀러의 유대인과 집시들에 대한 어처구니없는 청소 정책으로 아버지의 친구회사로
피신해 골방같은 방 몇개에서 9명의 식구들이 살았던 그 장면이 생생히 남아있었다.
안네의 골방으로 들어가기위한 회전 책장, 그의 일기와 사진, 부엌, 세면장 등...
옹삭했던 그들의 생활도 무심하게 나찌에 잡혀 아우슈비츠 가스실에서 사라진 그들의 삶을 생각하니
가슴이 메인다.
밖으로 나오니 각시가 한시간이나 기다렸단다..벌써 시간이~~
사실, 안에서 앞사람들 때문에 진도를 나갈수도 없는데다, 지금은 할머니가 된 안네 친구의 비디오
증언 등을 듣자니 시간이 그리 됐을 법도 하다..
담광장까지는 걸어서 1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담광장엔 17세기에 지어진 고풍스런 왕궁이 있다.
시청사로 쓰이다가 라폴레옹이 점령한 후 왕궁으로 쓰였단다. 지금은 박물관으로 쓰인다고...
현재 베아트릭스 여왕이 살고있는 왕궁은 헤이그...우리 기숙사에서 운하 하나를 사이에 두고있다.
왕궁 옆으로 마담투소 박물관, 여러 유명인사들을 밀랍 인형으로 만들어 놓았다는...
이미 저녁 7시가 다 되어 입장할 수 있는 곳들이 없다...다리도 아픈데 잘 됐다..
담락거리 입구쪽엔 2차대전 전몰자 위령탑이 서있다. 이곳이 6,70년대엔 히피족들의 유럽 아지트
였다나..그럴만도 하겠다. 돌로 깔은 바닦은 평평하고 뒷쪽은 둥그런 바람막이까지 있다.
비둘기들이 날고 넓은 광장 주위론 기념품가게, 카페 할것없이 상점들이 많다.
담락거리는 좁고 차가 다니지 않아 보행자들의 천국같다. 이곳저곳 상점들의 진열품들을 기웃거리며
독특한 이곳의 분위기에 빠져들었다. 몇개의 운하를 지나면서 꽃시장도 구경하고...
이 도시는 큰 암스텔 강과 순환도로처럼 몇겹의 운하가 흐른다. 헤이그하고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출출한데, 마침 길거리에서 태국 음식을 먹는 한쌍의 젊은이들을 보니 맛있어 보인다.
금강산도 식후경...우선 먹고나서 홍등가 구경에 나서기로 했다..웬지 밤이 깊어져야 덜 챙피할거 같다.
무작정 들어가 야채, 볶은 땅콩과 소고기에 하얀 쌀밥을 비벼 먹었는데, 정말 맛있다.
먹어본 태국 음식들은 거의 맛있었던거 같다.
각시는 홍등가가 신기한가 보다..마리화나나 마약을 하는 카페도 보이고...
여기 네덜란드는 자유가 많다. 공창에다 마약까지 국가에서 인정하고 챙겨주니...
여기저기 기웃거리는데, 속옷만 걸치고 유리창 뒤에서 미소작전으로 사업(?)을 벌이고 있는
아가씨들과 눈이라도 마주치면 내가 더 챙피해진다.
광대뼈나온 아시아계, 가무잡잡 동남아 여인, 탱탱한 아프리카, 소속불명의 백인등...붉은 등불을
밝힌 창가에서 자기들 나름대로 그들의 일에 열심이다.
방범 경찰도 지나가면서 흘끗거린다.
어떤 관광객으로 보이는 할아버지는 문을열고 본격적으로 수작을..ㅋㅋ
주위 상점들은 성인용품 관련이 많다.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도시의 밤을 붉은 색으로 밝히면서
서서히 열을 내기 시작하는 주점과 카페를 뒤로하고 센트럴 역을 향해 걸었다.
암스테르담은 렘브란트, 고흐, 베르메르 등 세계적인 화가들이 살았고, 스피노자와 데카르트 같은
철학자도 배출한 문화와 예술의 도시이지만 석양에 물드는 도시를 떠나며 울적해지는 까닭은
참으로 아팠던 어린날의 안네에 대한 상채기가 아직도 가슴 한 구석에 남아있기 때문일까...
헤이그로 돌아오는 열차 밖의 농촌 마을은 인적도 없이 안개 낀 어둠속으로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