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샤바의 첫날
8. 2(수) 비가 오락가락
숙소는 대학생 배낭여행객들을 위한 값싼 숙소인데, 공동 화장실도 깨끗하고, 시설이 A급이다.
4층 식당으로 올라가 라면을 끓여 밥 말아 먹고나니 든든하다.
식당에서 제공하는 토스트도 몇조각 구워먹었다. 우리가 먹은 그릇 설거지도 하고...
각 나라에서 온 젊은이들도 아침 먹기에 분주하다. 서양애들은 거의 빵한조각에 커피로 때운다.
오늘도 내 조그만 노랑 배낭(각시가 스위스 호텔에서 우연히 퀴즌가 뭔가 응모해 스위스
모 회사에서 보내온 경품)만 메고 걸어서 미 대사관을 지나 버스로 쇼팽박물관으로 갔다.
박물관은 1,2층은 쇼팽이 사용했던 피아노, 악보, 쇼팽의 초상화, 가족초상화 등 2,000여점이
전시되어 있는데, 특히 파리에서 있을때 조르지오상드와의 연애편지 등이 인상깊었다.
3층은 콘서트홀로 사용한다는데, 내부에서는 사진을 못찍게한다.
사진사인 나로서는 좀 아쉽다.
밖으로 나오니 가랑비가 내린다. 햇님이 나와 있는데...호랑이 장가가남??
성십자가 교회를 향해 지도를 보며 걸었다.
도중에 코페르니쿠스 동상이 커다란 우주 천체본을 들고 있다.
코페르니쿠스가 이 동네 사람이란다
성십자가 교회는 소박하다. 금빛 제단이 인상적인데, 하나의 기둥에 쇼팽의 심장이 안치되어 있단다.
마침 교회는 예배를 보고있다. 그 기둥옆에서 고해성사도 한다.
쇼팽은 프랑스에서 사망했지만, 그의 여동생이 그의 심장만 폴란드로 가져와 이곳에 안치했단다.
2차 세계대전때 히틀러의 공격으로 교회가 거의 파괴도었는데,
당시에 쇼팽의 심장도 파헤쳐졌었단다.
그 앞에는 폴란드의 명문대 바르샤바 대학이 큰길가에 자리하고 있다.
1816년 창립된 폴란드 최초의 대학으로 법학, 상경, 행정대학이 유명하단다.
한국어과도 있는데 격년제로 학생을 모집한다는 말을 들으니, 웬지 모를 자부심 같은 것이..
걸어서 구시가쪽 샤스키 공원으로 갔다.
예전엔 귀족의 사냥터였으나, 지금은 무명용사를 기리기 위해 불꽃이 타오르고 있다.
무명용사의 불을 지키는 두 병사가 멋진 폼으로 서있다.
매시간 교대식이 열린다는데 마침 우리가 갔을때 두명의 용사가 서로 자리바꿈을 한다.
애들은 신기한 듯 따라한다.
꽃과 분수와 조각들이 멋지게 어우러진 공원 벤취에 앉아 과일과 초코렛을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현재 대통령이 기거하는 대통령궁을 지나 구시가 입구에 닿으니
붉은 벽돌로 화려하게 지은 왕궁이 나온다.
넓은 왕궁의 광장에는 높이 솟은 지그문트 3세 기념탑 주위로 비둘기와 수백명의 관광객들이
한데 어우러져 고도의 영화를 재현하는 듯 하다.
바로 유네스코 10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바르샤바 구시가 입구에 있는 잠코비 광장이다.
옛 수도 쿠라쿠프의 바벨성이 스페인 침략으로 파괴되자 1596년 지그문트 3세가
이곳으로 천도하여 왕궁으로 사용했단다.
14세기부터 왕의 거처로, 1918년부터 2차대전까지 대통령 관저로, 1971년부터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왕궁 입장권은 1코스와 2코스가 있는데, 무슨 차이가 있느지 모르겠다. 내부는 외부와는 달리
그리 화려하지 않다. 이쁘게 꾸며진 왕의 의자와 왕의 침대가 인상적이다.
후문으로 나오니 식당들이 즐비하고 많은 사람들이 길가의 피자집에서 앉아있다.
우리도 피자 한판으로 간다히 요기하고 구시가 골목길로 들어섰다.
구시가 안쪽에 이 동네의 핵인 중앙광장이 나온다. 사각형의 그리 크지 않은 광장 주위엔
바로크, 르네쌍스, 고딕식의 건물들이 즐비하다.
2차 대전으로 완전 파괴된 것을 100% 완벽하게 복원했단다.
광장안엔 인어동상이 칼과 방패를 들고 있고 주변엔 풍성한 먹거리와 관광객들로 붐빈다.
주변 건물중엔 역사박물관이 있는데 오후 4시에 문을 닫았다고 간발의 차로 들어갈 수가 없다.
골목안엔 가이드북에서도 소개하는 유명한 아이스크림점이 있는데, 사람들이 밖에까지 줄을 섰다.
각시와 애들이 그냥 지나칠 리가 없다.
말발꿉 모양의 바르바칸 옛 성벽을 지나 퀴리부부가 살던 집에 가니 이곳 박물관도 이미 닫혔다.
할 수 없이 내일 다시 오기로 하고 180번 버스를 타고 와지엔키 공원으로 향했다.
러시아의 여황제 예카테리나 2세의 애인이자 그녀의 힘으로 왕이된 폴란드 최후의 왕
스타니스타우 포나아토프스키가 정치적으로 왕따를 당해 이 공원조성에 더욱 열을 올렸단다.
5인용 자전거로 공원을 한바퀴 도는데, 공원이 하도 커서 길을 잃을 염려가 있다고
주인이 직접 운전을 한다. 물론 나도 페달을 밟아야 하고..
자전거 드라이버가 땀을 뻘뻘.. 떠듬거리는 영어로 열심히 설명한다..
기특하기도 하다.
공원안에 있는 쇼팽의 언덕에 올라 언덕위에 분수와 쇼팽상. 그리고 장미나무 엉켜있는 벤취에 앉아
해가 질때까지 휴식을 즐겼다. 주로 연세드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여기저기 벤취에 쌍쌍이 앉아
지는 해를 바라보며 오후를 즐기고 있다.
낙엽이 노랗게 쌓여있는 곧게 뻗은 큰 도로가의 산책로를 따라 석양의 노을로 더욱 빛나는
길거리 사진들을 구경하며 호텔로 향했다.
애들은 호텔에 먼저 보내고, 두내외간에 길거리를 헤멘끝에 KFC에서 닭튀김 4피스,
사과 귤 쥬스 상치 맥주 빵을 사서 호텔방에 둘러앉아 맛난 저녁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