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즐거워

바르샤바에서 오슬로로

시골아이! 2006. 8. 3. 22:36
 

8.3(목)  햇볕 쨍쨍


일찍 일어나니 별로 할일이 없다. 애들을 일찍 깨우기도 그렇고...

카드게임 “럭키 51”로 시간을 보냈다.

이집트에 갔을때 나일강의 쪽배 펠루카에서 영국 아저씨 릭이 알려준 카드게임인데

심심할 땐 시간보내기가 그런대로 괜찮은 놀이다..오늘의 운세도 볼겸...

어제 찍은 디카의 사진도 정리하고...


식당에서 아침으로 라면과 빵을 먹는데 한국 아줌마 한분과 여학생이 들어선다.

오늘 쿠라쿠프를 가려는데 아직 호텔 예약을 못했단다.

우리가 묵었던 킴스 아카데미호텔 전화를 알려줬다.

그곳이라면 방이 있을 법도 하다.


큰 대로상으로 나와 116번 버스를 타고 20여분 교외로 달리니 빌라누프 궁전이 나온다.

1683년 터키군이 오스트리아 빈을 침공했을 때, 패전 직전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폴란드의 가장 위대한 왕 얀 소비에스키 3세의 여름별궁이다.

그는 유럽에서 이슬람으로부터 기독교를 지켜낸 인물로 추앙된다.

내부에는 왕과 귀족들의 초상화, 소지품 등이 전시되어 있다는데 들어가진 않았다.

가는 곳마다 궁전을 들러 이젠 웬만한 궁전은 그저 시시한 느낌이다.


뒤뜰의 커다란 공원에 호수가 있는데, 보트를 타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도 보트하나 빌려 30분간 호수 한바퀴 돌았다. 애들이 짱이다고 난리다.

걷지도 않으니 힘들지도 않고...


궁전 뒤뜰의 정원은 무척이나 크다.


공중화장실이 있는데, 남녀 표기가 없다. 들어가는 입구에 그냥 동그라미와 세모로

표기만 되어있다. 동그라미는 여성용이란다. 재미있는 표현이다.


어제 가려다 문이 닫혀 못간 퀴리부인 박물관으로 향했다. 퀴리부인이 25세까지 살았던

집이란다. 퀴리부인의 실험도구들, 몇가지 가재도구들이 있다.


길거리로 나와 포드 삼소넴(Pod Samsonem)이란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벽엔 유대인들의 고달픈 삶의 사진이, 의자와 책상은 격조높은 마호가니가 잘 어울린다.

감자와 양배추가 적당히 익은 돼지고기가 정말 맛있다.

이곳은 가이드북에서도 소개하고 있는 집이다. 정말이지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다.


역사박물관은 2차대전때 히틀러의 공격으로 파괴된 구시가의 모습 사진들이 전시돼있다.

전시물들도 거의 2차대전때의 전쟁유물들이 대부분이다.


시내구경을 여기서 접고 호텔로 들어와 짐을 꾸려 택시를 타고 쇼팽공항으로 향했다.

오늘은 오슬로로 가야하는 날이다. 저녁 9시 25분발 오슬로행 비행기를 타야한다.

좌석제가 아니라서 일찍 서둘러 가야한다.


보딩을 기다리며 80질로티(zT)가 남았다고 보드카, 맥주, 귀걸이를 사서 정확히 남은 돈을 소진했다.

샌드위치 한쪽씩 먹고 저녁을 때웠다. 여행을 하다보면 끼니를 때우는 경우가 많다.


비행기가 지연된단다. 부기장이 비행시간 오버해서 다른 부기장이 올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방송이 나온다. 다른 부기장이 자기 집에서 오는중인데, 길이 막혀 언제 도착할지 모른단다. 헉~~우리로선 상상이 안된다..

여기저기 조금씩 웅성거리지만, 우리네처럼 그리 부산은 떨지 않는다.

다들 조용히 자리만 지키고 있다.


한참이 지나 40대쯤 돼보이는 아줌마 한분이 비행기에 들어서자 짧은 박수가 나온다. 부기장님이란다. 곧 이륙한다고 안내방송이 나온다. 좌석이 프리라서 앞에서 두 번째줄에 앉았다. 어린이와 노약자부터 입장하는 바람에 우린 제법 일찍 들어와 좋은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10시40분에 비행기가 이륙을 하기 위해 서서히 움직이더니 이내 상공으로 떠오른다.

그런데, 이륙하는 비행기가 가라앉는 느낌이다. 기체가 많이 떨면서 자꾸 내려앉는 것 같다.

기분이 그리 좋지 않다.

비행기를 타면 이럴때 기분이 가장 좋지 않다.


도시의 불빛이 사라지자 상공은 칠흙같이 캄캄하다. 밤 12시쯤 되었을까...

밖을 보니 저멀리 지평선과 하늘이 맞닿은 곳이 붉은 선으로 이어져 장관을 연출한다.

곧 고도를 낮추고 착륙준비를 한다. 새벽 한시가 다 되어 착륙을 하고 대기하고 있던 리무진 버스를 타고

호텔로 향했다. 북두칠성이 누워있다. 북극성이 바로 머리위에 있다. 

40여분 달려 시내 홀텔앞에 내리니 2시가 훨씬 넘었다.

씻고 잠자리에 드니 2시 50분...

피곤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