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으로

미케네 문명

시골아이! 2006. 6. 28. 20:47
미케네 미술

평화롭고 경쾌한 크레테 섬의 미노스 미술과 비교해 볼 때 그리스 본토에서 전개된 미케네 미술은 훨씬 경직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면 도17 항아리의 변형이라 볼 수 있는 도19의 문양을 보면 같은 문어그림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다른 느낌을 줍니다. 살아 꿈틀대는 듯 하던 문어는 좌우 대칭의 기하학적 문양으로 변해 있습니다. 도20의 입이 넓은 항아리도 미케네의 군사적인 성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입니다. 미노스 미술과 미케네 미술에 이러한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것을 완전히 민족성의 탓으로만 이해하는 것은 일면 경계해야 할 태도이기도 합니다. 도19와 같은 미케네 미술의 대부분은 크노소스 왕궁보다 800년이나 지난 기원전 8세기경에 제작된 것이었으니까 시대적 변화라는 측면도 고려해야겠습니다.

 

도19 <문어모양 물병> 코스의 랑가다 제39호분 출토
기원전 12세기경
코스, 고고학 박물관
 
 
도20 <전사 크라테르>
 
 
 
 
 
 
미케네 미술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사자문>(도21)은 성벽의 한쪽 문 위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기원전 1250년 경에 성벽을 재확대하면서 놓았다고 추측됩니다. 그리스 본토는 북방민족의 침입이 잦아 성벽이 발달했는데 성문 위에 이러한 상징적인 이미지를 설치한다는 것은 의미심장합니다. 이는 자국민과 이민족 모두에게 향한 군사적 과시이니까요.

 

도21 <사자문> 미케네
기원전 1250년경
 
 
 
도22 메소포타미아 도장의 세부
 
 
 
 
이 <사자문>은 지난 세기 동안 고고학자들에게 큰 관심이 되어왔습니다. 미케네에서 보기 드문, 거의 예외적인 조각이라는 점, 성벽은 거친 돌인데 반해 이 조각만 유독 고운 대리석이라는 점, 그리고 동물이 양쪽에 대칭적으로 있는 이러한 모티브의 출처에 대한 의문 때문입니다. 동물이 대칭으로 있는 모티브는 분명 메소포타미아의 전통입니다(도22, 2주 주제2 도7). 그리고 그 사이의 원 기둥은 크노소스궁전의 원기둥(도6)과 매우 흡사합니다. 아마도 왕궁의 기둥으로 신성함을 나타내고 힘의 상징인 사자가 이를 받치게 함으로써 통치자의 합법성을 드러내는 역할을 하였을 것입니다.
 
 
미케네 지역에 있는 <사자문>이 미노스와 메소포타미아의 특징을 공동으로 지니고 있음에서 보았듯이 지중해 동쪽은 문물의 교류가 활발하였습니다. 터키부근에서 침몰된 배(도23)는 도자기를 가득 채워 운반하고 있으며, 사이프러스에서 발굴된 도24의 도자기는 우리가 크노소스왕궁(도7)과 미케네의 <사자문>(도21)에서 본 좌우대칭 동물 모티브의 변형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도23 울루 부룬(터어키)의 난파선 재조립
기원전14세기
 
 
 
도24 크라테르
엔코미 출토
 
 
 
 
 
이들은 또한 매우 특징적인 분묘문화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아래 납골당은 오랫동안 미케네 인들에 의해 사용되었던 돔형의 고분으로, 기둥없이 지어진 건축형태입니다(도25,26).

 

도25<그리스, 미케네, 보물의 납골당>의 외부 모습
기원전 1300-1250년경
 
 
 
도26<그리스, 미케네, 보물의 납골당>의 실내 천장의 모습
기원전 1300-1250년경
 
 
 
 
 
이 묘를 처음으로 발견한 슐리만은 이곳을 '아트레우스의 보물창고'라고 이름하였습니다. 황금으로 만든 유물들이 많이 발굴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재는 그렇게 믿고 있는 학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이곳에서 발굴된 컵과 매장용 마스크를 봅시다. 도27,28의 잔은 황금을 두드려서 만든 잔입니다. 물론 일상에서 쓰던 잔은 아니며 특히 소로 밭을 가는 모습과 투우를 벌이는 모습은 소와 관계된 의식의 하나로 생각됩니다. 단축법을 사용하여 좁은 공간에 효율적으로 재현한 생동감 있는 모습이죠. 도29의 황금가면 역시 금을 두드려서 만든 것입니다. 죽은 이의 얼굴에 씌웠던 가면인데 여러가면이 서로 다른 얼굴 모습인 점에서 미루어 보면 아마도 죽은이와 닮게 만들려는 노력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미케네 문명은 기원전 8세기 즈음 북쪽에서 남하한 도리아인들에게 멸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그리스 본토로 상륙한 해양문명 특유의 현실적이면서도 낙천적인 기질은 그대로 그리스 미술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도27<바피오의 컵>
기원전 1500년경, 7.5 :9cm
아테네, 국립 고고학 박물관
 
 
도28<바피오의 컵>
기원전 1500년경, 7.5 :9cm
아테네, 국립 고고학 박물관
 
 
도29 <황금가면>
기원전 1600-1500, 금, 높이 약 19cm
아테네 고고학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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