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사진첩

태안을 가다..^

시골아이! 2008. 1. 11. 11:29
 

2008.1.11. 금..눈과 비 그리고 잔뜩 흐림




아침 새벽 6시..

핸펀의 모닝콜 진동이 요란스레 울리고,

태안으로 자원봉사 떠나는 하루가 설레임으로 시작했다.


오늘부터 날씨가 엄청 추워진다는 소문

--물론 일기예보는 보질 못하고 듣질 못했지만--

엊저녁 늦게 챙겨 논 옷가지들을 부리나케 입었다.


아침 7시 반에 과천청사 앞에서 버스가 출발하기로 했으니,

수원에서 전철로 가려면 늦어도 6시 반에는

집을 나서야 한다.



상의는 내의에 티셔츠 3개에 외투 하나,

하의는 내복 두개에 양말 두 켤레...허걱~~


지하철역까지 걸어서 15분...

우주복을 입은 것같이 뒤뚱뒤뚱 걸어진다..

정말이지 완전무장이다..



별안간 눈발이 흩날리더니 과천에 도착하니 벌써 눈이 길을 덮었다.

갑작스런 눈으로 도로들이 마니 막혀, 지각한 동료들이 꽤 된다.


8시가 조금 지나 버스 두대가 출발했다.

눈은 계속 내리고, 도로는 녹아내린 눈물로 질퍽거린다.

차들은 너무 막혀, 달리질 못한다.


이러다 목적지에 도착도 못하고 뒤돌아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기사 아저씨의 푸념도 들리고...



아니나 다를까 10시 반이면 도착할 거리를 12시를 넘겨

목적지 파도리 초등학교에 도착했다.


부슬부슬 봄비처럼 비가 내린다.

날씨도 생각했던 것보단 푸근하다.

옷을 너무 마니 껴입고 와서 그런가??



직협에서 준비한 점심 도시락을 맛나게 먹었다.

비가 계속 내리고 있어 버스 안에서 먹는 도시락은

장소가 좀 옹삭하긴 해도 요근래 내가 먹었던 도시락 중에서는

가장 맛있었다.



그런데, 비가 그치지 않으면 작업을 못한단다..헐~~

비가 그칠 때까지 차안에서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니...

어쩌면 그냥 다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른다고...헉 -)(-



밥값도 못하고 간다면 말이나 되남~~

차안에서 대기하고 있는 우리들은 전장에서 든든하게 무장하고

한판 싸우러 나갈 채비를 갖추고 명령만 기다리는 전사들 같다.



다행이도 빗줄기는 서서히 가늘어지고

- 우리들의 손길을 간절히 바라는 태안 주민의 뜻을

하나님이 받아 주시기라도 하는 듯 -


우린 드디어 하얀 전투복에 방진마스크, 빨간 장갑에

안전화까지 신고 태안의 앞바다로 나갈 수 있었다.



바닷가 절벽, 바위, 자갈 들은 화마가 지나간 것처럼

까맣게 타버려 검게 변해 있었다.


100여명의 우리 식구들은 여기 저기 흩어져

돌멩이들을 들춰내 닦기 시작했다.

바위 틈에 끼어있는 돌멩이들은 기름인지 타르인지 모른

까만 진액이 돌처럼 굳어 있어 닦이질 않는다.

부러쉬나 쑤세미로 닦아내야 할 것 같다.



이번 원유 유출사고는 인천대교 공사에 투입됐던

해상 크레인을 2척의 바지선이 경남 거제로 예인하던 중에

한 척의 바지선 와이어가 끊어지면서 해상 크레인이

정박중이던 유조선과 충돌해서 발생했다는 것이

지금까지 드러난 원인이란다.



우리같은 시민들은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는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달려가다 부딪친 것도 아니고...

가만히 있는 배에 빠르게 달리지도 않았을 배가 부딪쳐

이런 생난리가 나다니...



바위에 달라붙은 기름때, 모래를 파면 물줄기 타고

둥둥 떠오르는 기름...

닦고 또 닦아도 끝이 보이질 않을 거 같다.



인구 많은 중국에서

몇 억명 수입해서 바닷가에 풀어놔야 하끄나...


자갈들위에 기름을 붓어놓고 불을 질러

기름을 다 빨아내야 하까나...


여기있는 자갈 모래들을 포크레인으로 다 파내어

시멘트 저장창고라도 만들어 다시 파묻어야 할까나...



그저 한 숨만 나온다.

그래도 사고 한 달만에 100만의 자원봉사자가 다녀갔단다.


우리가 닦고 지나간 자리, 또 다른 누군가가 닦아내고,

또 다른 누군가가 닦아내고...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지들도 닦여지것지...


생태계는 무서우리만큼 회복력이 강할 거라 믿는다.

우리 후손들은 완전히 복원된 예전의 그 바닷가에서

뛰어 놀 수 있겠지...



작년 여름에 애들이랑 같이 와서 바닷가에 텐트치고 

밤새워 조개구이에 소주잔을 기울이며

낭만스러워 했던 그 파도리 해수욕장이었는데...


올 여름엔 다시 오기가 힘들겠지??

마음이 아프다.



오후 4시가 되니 물길이 무섭게 달려든다.

이젠 우리의 수건 걸레질도 끝내야 한다.



귀향길 버스안은 내려올 때와는 달리 고른 숨소리로 조용하다.


오늘따라 날씨는 태안의 겨울 바다처럼 잔뜩 찌뿌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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