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 화..비도 내리고 태양도 빛나고..
열어논 창문 때문인지 새벽녘 서늘한 기운이 들어 잠을 깼다.
밖에선 공사중인 도로에서 땅을 파는 기계소리가 요란하다.
구름 잔뜩 낀 하늘에서 봄비같은 가랑비를 내린다.
컵라면에 찬밥으로 아침을 먹었다. 호텔에서 주는 콘프레이크와 우유도 맛있다.
시내로 걸어나와 구시가 공원앞에서 19번 트램을 타고 바벨성으로 향하려 했는데, 트램을 거꾸로 탔다.
이곳 사람들은 대다수 영어가 통하질 않는다. 말쑥하게 차려입은 젊은 여인이 조금 자세히 가르쳐준다.
하는수없이 구시가 광장에서부터 바벨성으로 걸어가며 유네스코 12대 문화유산인 시내 이곳저곳을
구경하기로 했다. 이 도시는 1038년부터 558년간이나 폴란드의 수도로 아우슈비츠 덕분에 2차대전때
연합군의 폭격을 피할 수 있어, 도시 자체가 거의 온전히 보존될수 있었단다.
그래서인지, 도심에 들어서면서 타임머신을 타고 중세로 날아온 듯한 착각을 했다.
구시가 중앙엔 자리한 커다란 광장으로 먼저 들어섰다. 비가 제법 장마비처럼 쏟아진다.
이 광장은 유럽에 남아있는 중세의 광장중에서 가장 넓다고 한다.
광장 중앙엔 길이 100미터나 되는 직물회관이 있는데, 지금은 2층은 국립박물관, 1층은 기념품점이
들어서 있다. 그 앞엔 구 시청사탑이 있는데, 시청사는 무너지고 탑만 우뚝 솟아있다.
금빛 독수리상과 지름이 3m나 되는 시계가 먼 과거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고, 지하 감옥은
카페와 주점들이 들어서 있다.
빗속을 가로질러 먼저 들른 성모마리아 성당은 밖에서 보기와는 다르게 웅장했다.
13세기에 고딕양식으로 지어져 뾰족탑이 보기에도 아름답다. 화려한 스테인드 글라스, 벽과 천장엔
금색, 푸른색, 붉은색 무늬가 조화롭다. 광장을 떠나려는데, 성당의 첨탑위에서 처량하게 느껴지는
이색 음악이 흘러나온다.
일설에 첨탑에서 보초를 서던 파수병이 적의 화살을 맞아 죽어가면서 헤이나우를 연주하여 적의 침입을
알렸다하여 매 정시에 그가 연주했던 부분까지만 연주한단다.
광장을 지나 바벨성으로 가는 구시가의 옛 도로는 꽤나 넓다. 양옆으로 서있는 고색창
연한 건물 숲들은 중세 유럽의 분위기를 그대로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구시가를 거닐며 천년의 분위기에 빠져 환상에 젖기를 한 30여분...마침내 비스가와 강가에 세워진
바벨성 언덕을 오르고 있다.
바벨성은 그리 높지 않은 언덕에 자리잡고 있는데, 궁전은 꽤나 큰편이다.
궁전은 알현실, 왕실사궁(왕실 가족의 개인 아파트)을 둘러보는데 내부가 다른나라 왕궁에 비해
무척이나 소박하고 단순하다 못해 초라하기까지 하다.
백성을 사랑한 나머지 이처럼 소박하게 살았는지, 아님 돈이 없어 이렇게 살았는지는 모르겠다.
왕의 작은 침대도 보이는데, 한 왕이 소심하여 누군가 자기를 죽일지도 모른다는 걱정때문에
거의 앉아서 잠을 잤기 때문이라고 어떤 가이드가 옆에서 그런다...ㅎㅎ
벽엔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순서에 의해 그린 그림 몇점이 인상깊다.
옆에 있는 대성당..광장쪽 가운데 금빛 지붕의 지그문트 탑이 있다..
당시의 건축미의 극치를 보이는 탑이라고 누군가가 소개한다.
이 성당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이곳 쿠라쿠프 주교시절 10년간 예배를 집도한 곳이란다..
맡겨논 가방을 찾아 좁고 가파른 계단을 따라 강가로 내려가니 용의 동굴이 나온다.
사람들이 죽 둘러서서 기념사진 찍기에 바쁘다. 용은 가끔 불을 뿜는다.
엣날에 이 동굴엔 용 한마리가 살았는데, 이 나쁜 놈이 글쎄 처녀만 잡아먹었단다.
이나라 임금님이 이 용을 처치하는 사람에게 이쁜 자기의 공주를 주겠노라 방을 붙였단다.
전국의 힘센 장사들이 굴속에 들어가 영원히 나오지 않기를 몇날...
맘씨 착한 한 구두 수선공이 유황을 용에게 먹여 속이 타버린 용을 때려 눕히고
이쁜 공주와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았다는 전설이 있단다.
강가에는 관광객과 장사치들이 더운 팔월의 열기를 더한다.
길거리에서 이상한 빵인지 과자인지 하나 사먹었는데, 엄청 짜다..못먹겠다.
시원한 물도 한병 사고, 잠시 비둘기들 사이의 벤취에 앉아 피곤한 몸 쉬었다.
강가를 따라 성을 반바퀴 돌아 왔던 길을 따라 구시가 광장으로 향했다.
오고가는 길거리에 관광객들 천지다..이 도시의 인구는 얼마 되지 않지만 관광객이 이 도시 인구보다 많아
항상 활기에 차있단다.
구시가 광장의 직물회관에 들어가니 중앙 통로 양 옆에는 조그만한 똑같은 크기의 상점들이 즐비하다.
대부분 보석 상점, 기념품 가게들이다.
각시가 이집저집 둘러보며 값을 물어보더니 제법 싸단다..음 하나 사고 싶단 말이구먼...
기어코 호박 목걸이 페년트하고 귀걸이 세트를 산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도 장사치들 판이다.
이강이가 장난감 권총을 산다고 길거리에서 반시간이나 허비해 짜증이 나, 애한테 뭐하 한소릴 했다.
권총을 손에 넣어 기분이 좋았다가 아빠한테 한소리 듣고 저기압됐다....좀있다 풀어줘야쥐~~
호텔로 돌아가 짐을 챙겨 역으로 갔다. 오후 5시 바르샤바행 기차를 탈 예정이다.
근데, 역전에서 한참 기차를 기다리던 각시가,,,갑자기 자기의 카메라를 호텔에 두고왔다고 뛰어간다.
애들하고 한참을 웃었지만, 심히 걱정이 되었다...다행이 찾아서 어깨에 메고 온다.
우리 칸은 6인석인데, 우리 네식구와 여고생같은 한 아가씨가 자리를 잡았다.
물론 미리 예약한 예약석이다.
아가씨 엄마 아빠로 보이는 어른들이 짐을 챙겨 주곤 내려가 창가에서 서서 기차가 저만치 멀어질때까지
손을 흔들며 딸에게 연신 손을 흔들며 헤어짐을 아쉬워한다..
시골에서 도회지로 공부 떠나보내며 버스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흔들던 부모님 생각이 났다.
저녁 7시 50분에 바르샤바 센트럴에 도착했다. 역에서 나오면서 케밥과 맥주, 폴란드산 보드카를 사서
저녁거리를 미리 챙겼다.
밖으로 나오니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다. 역전 근처의 문화과학궁전이 석양 노을속에 고색창연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높이 234미터의 37층 건물로 스탈린이 스탈린식 건축양식으로 지은 건물로
건물에는 세계의 공산혁명 투사들의 상이 새겨져 있단다.
호텔에 들어가 고장난 이강이의 권총을 고쳐주니 엄청 좋아하며 애교를 부린다..
아빠 별명이 전가이버란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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