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엔 어머니댁에 갔다.
지난 주말에 다녀오리라 맘 먹었었는데..
어린이날 연휴...동생들은 즈네들끼리 1박으로 어느 산엔가 간다하고
나마저 여차저차 들리지 못해 못내 서운하던 차였는데...
각시한테 전화가 왔다..
저녁에 어머니댁에 갔다가 낼 아침 거그에서 출근했으면 어떻겠냔다.
자긴 넘 바빠 갈수가 없고...영 맘이 걸린단다..
사무실에서 저녁을 먹고 좀 늦은 시각에 도착했다.
차고에 주차시키고 지하철역으로 나와
빨간 카네이션 한송이 곱게 핀..
봉글봉글 몽오리진 아직 덜핀 꽃망울들과 잘 어우러진
화분 하나를 5,000원에 샀다.
아마 내 기억에 첨으로 사본 카네이션 생화다..
어머닌 꽃을 들고 들어서는 자식한티 한말씀 하신다.
꽃은 웬~~~
하지만 무척이나 반기시는 표정이다.
가끔 물만 주면 오래 간댜~~
역시 자식은 부드럽고 상냥하게 말하는데 한계가 있다..
키는 더 쪼그라들고
허리는 더 굽고..
머리는 희고..
주름은 더욱 깊이 패이고...
엄니..어디 아픈디 없수??
난 아즉까정 썽썽햐~
아..지난주 목요일에 노인대학 갔었는디..
계단올라다니기가 쪼꼼 거시기햐~~
무릎이 아파서 저기 약을 좀 바르면 좀 괘안탕게..
우리 엄니는 맨소레담이 만병통치약이다..
옛날 시골에 살땐 안티프라민이 만병통치약이었는데...
엄니가 아직 그리 큰 아픔 없이 계신 것만도
우리 자식들한테는 큰 복이다.
항상 같이 하지 못하는 자식의 죄송한 마음을
먼저 읽으시는 참으로 영리하고 현명한 엄니다..
난 내발로 돌아다닐때까지는 나혼자 살팅게
나때문에 너희들 맘쓰지 말거라잉~~
언젠가 내가 돈 마니 벌면 높은 기와집에서 엄니 편히 모실께여~~
그때 까정만 고생혀요 이~~
젊었을때 내가한 약속이 공수표되어 허공만을 헤메다가
몇톤의 무게로 머리를 짖누른다.
자식들 고생안시키고
편하게 가게해 달라고 기도하신다는 울 엄니~~
오늘 아침에도 자식 밥 굶고 출근할까봐
아침 일찍 일어나서 내 조아하는 장떡에 굴비 한마리까지...
엄니~
당신의 사랑은 대체 어디서 멈춘답니니까...??
당신의 그 무뎌진 손으로 지어주신 아침..
아직도 정말로 맛이 있습니다.
감사하며 맛있게 먹고 갑니다.
엄니!!
당신의 손은 비록 지문마저 없어진
볼품없는 거친 손이지만 정말로 약손이었습니다.
당신의 손길이 닿는 곳이면 언제나 따스함이 있었고
당신의 품은 지금도 고향의 향기처럼 포근하답니다.
맨발로 방문앞까지 나오신 엄니의 배웅을 뒤로하고
내내 상념에 잠겼다..
어렸을적 엄니와 내가 같이 지냈던 나의 살던 고향..
당신의 젊었던 그 시절의 팽팽한 얼굴..
머리에 인 물동이에서 흐르는 물방울 연신 훔쳐내는 생기있던 당신의 얼굴..
콧노래 흥얼거릴땐 환한 미소속 중년의 얼굴..
시골장날 눈깔사탕 한주먹을 치마폭에서 꺼내주시던
곱디고운 엄니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이제는 사라진...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