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취미 낙서

꽁 돈

시골아이! 2007. 5. 30. 18:30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등교길에 성황당을 지나 산길을 내려가다가 난생 처음 돈을 주웠다.

10원짜리 종이돈이었다.

 

누가 언제 잃어버렸는지 모르지만, 밤새 이슬 머금고 나를 기다린 종이돈...

난생 처음 꽁돈이 생긴거다.

어린 마음에 흥분도 되고 기쁜 나머지 두렵기까지 했다...

 

당시에 10원이면 엄청 큰 돈이었다.

지금으로 보면 한~~ 만원쯤...??

동네꼬나 칭구들이 나를 보고 엄청 부러워한다...입을 딱 벌린 채로...ㅋ

말하자면 영배, 광섭이, 복상이, 경호, 동열이, 인주...아~ 그리고 한채, 정숙이...하신동 귀숙이도...

다들 무리지어 앞서거니 뒤서거니 같이 걸었는데도 나의 눈에 띈 것은 바로

그 행운의 종이돈과 내가 전생에 부부의 연처럼 인연이 깊었기 때문이었을거다.

 

이내 주변의 누군가의 돈이 아님이 밝혀졌고

내가 그냥 써도 좋다는 주위의 인식이 압도적이었다.

특히, 저만치 앞서 가시던 김수덕 선생님의 승인으로 그 종이돈은

바로 내것이 된 것이다..ㅋㅋ

 

엄청 먹고팠던 커다란 눈깔사탕을 실컷 먹을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설렜다.

능길 아랫마을 점빵 앞에서 나의 눈은 휘황찬란하고 알록달록한 사탕들을

차근차근 훓어나갔다.

친구들은 떡고물이 좀 떨어지길 기대하며 내 주위를 빙빙 돈다.

지금와서 누구라고 밝히진 않것지만...

 

학교 정문에서 주번이 명찰 검사를 한다고 한다.

다행이다...누나 명찰이랑, 내명찰...그리고 정숙이네 언니인 한숙이 누나 명찰까지 사서 달고,

자끼장도 한권 사고..눈깔사탕 너댓개를 사서 여기저기 나눠먹고..

그리고 남은 돈 5원을 저금했다.

난생 처음 저금통장을 만든 날이다..졸업할 때 600원으로 불어났던 그 닳고 닳았던 통장...

 

참으로 행복한 하루였다고 지금까지 기억속에 고이 간직하고 있다.

그리고 그 누군가에게 감사한 마음 또한 지금까지 잊지않고 있다.

 

내 생에 이런 횡재는 그때가 처음이었고,,,그 이후엔 별로 그런 횡재수가 없다.

 

지금도 내가 아끼던 뭔가를 잃어버리고 아픈 마음이 나를 짖누를 때면

종종 그 옛날 그 종이돈을 생각한다.

그 누군가는 쓰리고 아팠겠지만, 어린 나에게는 평생을 잊지못할 행복이었기에

나도 그 누군가에게 행복한 하루를 만들어 준 그 누군가로 기억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슬픔을 떤다.

 

그렇게 기쁨을 잡으려 노력해야쥐~~~

 

근데,,,이쁜 내 제주도 감귤모자 주우신 분!!!!

 제발~~빨리 돌려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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