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사랑 연시

짧은 입맞춤

시골아이! 2005. 5. 10. 16:31
활짝 핀 듯 화사하고
못다 핀 듯 몽우리 진
한 송이 이쁜 장미

철없는 한 소년은 그 향기에 취해
기어이 입맞춤을 하고 말았습니다.

비록 입맞춤의 순간은 짧았지만
황홀한 님의 꽃잎에 
소년의 두 눈은 멀고
잡힐 듯 들리는 님의 목소리에 
소년의 귀는 아늑한 환청으로 밝아오고
아직도 남아있는 님의 향기에 
소년의 가슴은 벅찬 숨으로 헐떡입니다.

순간의 달콤함이 이렇게 긴 여운을 남기고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진하게 다가오는 향기를 
소년은 미처 알지 못했나 봅니다.

눈 먼 그 소년의 세상은
비, 구름, 들꽃, 벌레들까지도 아름답습니다.
귀 먹은 그 소년의 세상은
바람, 공장, 시장의 시끄러움까지도 아름답습니다.

이제 소년은
잿빛 그윽한 지난날의 상채기를 털어내고
빠알간 장미빛 꿈 속에서 
춘몽같이 짧은 시간만을 아쉬워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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