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즐거워

벨기에 당일치기

시골아이! 2006. 8. 18. 13:40

김밥을 싸고 옥수수를 쪄서 둘러메고 오늘도 길을 나섰다.

유럽에 머무르는 동안 이번여행이 마지막 나들이다.

헤이그 HS역에서 아침 9시 브뤼셀행 기차에 오르니 차창밖은 가을비처럼 부슬부슬 내린다.

이곳 날씨는 8월 중순만 되면 한낮에도 그리 덥지않다. 창문을 열고 잘수도 없을 정도로 아침 저녁엔

서늘하기까지 하다.  가을 문턱에 성큼 다가간 느낌이다.

 

비갠 들녘엔 넓게 펼쳐진 풀밭들이 짓푸른 색깔을 띤다. 기차는 안개가 자욱한 들녘을 터널처럼

빠져나간다.

벨기에인지 아직도 네덜란드인지 알수가 없다. 간간히 보이는 건물 간판엔 더치가 있는걸 보니

아직도 네덜란드를 벗어나지 못했나보다...

하기사 벨기에는 그간 여러 이유로 네가지 언어를 쓴다고 하니, 간판에 더치가 있다해서 네덜란드라고

단정하진 못하지만...(화란어, 불어, 독어, 플라망어)

 

브뤼셀에 가기전 벨기에  제2의 도시 안트베르펜에 잠시 내렸다. 이곳까지는 한시간 남짓 걸린다.

중세엔 바닷가 무역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한 도시였다는데 아직도 중세의 고풍찬란한 골목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바로크 미술의 대가라는 루벤스와 반다이크가 살면서 활동하던 무대이기도 하다.

 

센트럴역에서 천천히 걷고 상점도 기웃거리며 마르크트 광장, 성모대성당을 향해 걸었다.

멋진 옷집옆을 지나다가 각시는 중절모자가 이쁘다고 두개나 산다. 이쁘면 사고 싶어하는 저 버릇도

고쳐야할 거인데..

성모대성당 앞 광장에는 루벤스의 동상이 서있다. 성당은 넓고 웅장했다. 벨기에 최고의 고딕식

건축물이란다. 제단앞 중앙에 걸려있는 <성모승천>, 얖옆으로 걸려있는 <십자가에 올려지는 예수>와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 그림이 병풍처럼 걸려있다. 루벤스의 이 그림들은 최고의 걸작답게

황홀하리만치 아름다웠다.

 

<플란더스의 개>에서 네로가 평생에 그리도 보고싶어하던 루벤스의 그림 앞에서 그의 친구 파트라슈

개와 함께 추위속에서도 행복한 미소와 함께 죽어간다는 대성당의 그림...바로 저 <성모승천>이란다.

차를 타고 오면서 각시가 애들과 <플란더스의 개>에 대해 열심히 얘기한 덕인지..아이들이 오래동안

감상을 한다.

마침 성당안에서 오르간 연주회도 갖는다고...우리도 관객속에 뭍혀 잠시 여행의 피로를 잊으며

웅장하게 울리는 파이프 오르간의 선율을 감상하는 일거양득의 행운을 얻었다.

 

가까이 있는 마르크트 광장엔 브라보의 동상이 서 있는데, 한손에 잘린 손을 던지는 폼을 잡고있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통행세를 받는 등 나쁜짓만 일삼는 폭군 앙티콘의 손을 잘라 강물에 던졌다는

용감한 브라보를 기리기위해 세웠단다.

 

루벤스의 그림때문인지, 꾸불꾸불한 골목마다 다니는 이쁜 트램때문인지 더욱 정겨운 도시를

뒤로하고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 기차에 올랐다.

유럽은 우리 한국과는 달리 중간에 내려 할짓 다하고 또 기차를 타고 괘않다.

차표를 차 내에서만 검사를 하기 때문에 타고 내리는 건 자유다.

 

NATO와 EU 본부가 있는 브뤼셀은 역시 수도다운데가 있다.  현대판 고층 빌딩들이 제법 있다.

중앙역에서 시중심 광장 그랑쁠라스까지는 걸어서 5분..

걸어내려가는 언덕길은 소풍나온 사람들로 무척이나 붐빈다.

포장마차에 굴벵이 삶은게 있어 한접시 사 먹었는데, 맛이 똑같다.

 

그랑쁠라스는 빅톨위고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이라 칭했단다.

사방에 장방형으로 고딕식 건축물들이 광장을 둘러싸고 있다.

뾰족한 탑이 있는 시청사와 맞은편에 왕이 한번도 산적이 없는 <왕의 집>...그리고 옛날엔 길드가

있었다는 상가 건물들이 고풍스럽다.

광장은 매년 8.15일에는 꽃의 축제를 연다는데 아쉽게도 끝나버린 그 자리엔 대형 무대를 설치하고

기타며 드럼이며 귀청이 얼얼하다.

 

시청사 옆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면 어느 가게 모퉁이에 조그만한 오줌싸개 소년이 서있다.

하루 24시간, 일년내내 오줌만 싼다는 저 소년을 보기위해 수많은 관광객이 진을치고 있다.

빙긋이 웃으며 한손은 꼬추잡고 한손은 옆구리에 걸쳐 가느다란 줄기를 내뿜는 표정이 귀엽고

앙증맞다...1619년작이라는데, 당시에 어찌 저런 귀여운 생각을 다 했을꼬....

 

같은 크기의 오줌싸개 소녀도 있다는데, 어느 골목인지 찾기가 어려워 엄청 헤맸다.

재미없는 만화박물관을 보고 나오면서 물어물어 헤맨끝에 푸줏간거리 어느 막다른 골목에서

철창안에 갇힌 오줌싸는 소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보기 민망한 자세로 익살스런 표정을 지으며

쉬지않고 오줌을 싸고있다.

바로 그 앞에서 벨기에의 명물 홍합요리를 먹었다. 각시말로는 버터로 국물을 만들고 야채와 홍합을

삶은 거라고 하는데,,,국물이 일품이다. 벨기에 로컬 맥주맛은 우리네 맛과 비슷...

세계에서 맥주 소비량이 가장많은 나라가 이 나라란다..맥주 종류만도 300종이 넘는다나...

 

저녁 7시... 해는 구름뒤에 숨어 석양으로 기울기 시작하고...

헤이그로 돌아가는 기차는 푸른 벌판 위에서 2시간동안 우리와 함께할 것이다.

 

수첩을 꺼내들고 여행후기 몇자 적는다...


안트베르펜 성모대성당


루벤스의 성모승천

십자가에 올려지는 예수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

저들의 땀방울까지 그려져있는데, 사진으론 알 수가 없어 아쉽다..





브뤼셀 그랑쁠라스..


시청사

60cm도 안되는 키작은 오줌싸개 소년

브뤼셀 대성당

푸줏간 거리에 있는 오줌싸개 소녀

홍합요리가 맛있는 푸줏간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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