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18..금..
브뤼셀 여행을 끝으로 헤이그로 돌아가는 열차안..이제 모든 유럽여행을 마치며 몇자 적는다.^^**
언젠가는 밤열차에 몸을 싣고 어디론가 멀리 달려가고 싶은 적이 있었다.
낯선 들녘을 지나 이름모를 바닷가를 거닐며 지는 노을을 오래도록 보고 싶었다.
이젠 그 토록 갈구했던 염원의 끝자락에 서있는 기분이다.
더 이상 여한도 미련도 없다고 한다면 여행의 신께서 노하실까???
난 참으로 운이 좋은 시골아이다.
10여년 전에는 3년이란 세월을 중국대륙을 누비면서 중원을 떠돌던 무협지의 검객이며,
천하를 호령하던 삼국의 장수들 말발굽 소리에 넋을 잃고 뛰어놀던 시절도 있었다.
여행이란 참으로 많은 꿈을 꾸게한다.
소년의 심장으로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도 하고,
새의 깃털을 달고 저 하늘 창공으로 한없이 솟아 오르게도 한다.
8개월간의 유럽 여행은 짧지만 길었다.
파란 평원의 풀밭, 그 위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젓소들, 그리고 양과 말들
미류나무 우거진 숲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세모난 붉은 지붕과 네모난 굴뚝들...
마을이 나타나면 동산위엔 어김없이 뾰족탑의 교회도 보이고...
보이는 모든 것들이 새롭게 각인되던 첫 만남의 유럽 시절이 있었다.
이방인의 자격으로 주인처럼 살다보니 이젠 꿈속에서조차 유럽의 들녘과 운하가 등장한다.
이제 일주일만 지나면 현실은 꿈이되어 희미한 잔상속에 묻히고 말겠지...
꼬박 일주일 남았다.
준비는 끝났지만, 마음은 아직도 중세의 거기쯤에서 헤어나오질 못한다.
이젠 긴 잠에서 일어나야만 한다. 그래도 난...
아직도 일주일의 여유가 있지않은가. 해야할 날마다의 스케줄이 빼곡하지만...
차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그리고 또 몇자 적어내려가는 내가 시인처럼 보였나보다..
이강이 저도 시를 쓰겠단다...아~, 쓰기 어렵단다...가만, 못쓰겠단다...아예, 한수 써달랜다...
고 녀석..-_-
이강이 수준의 시.. 한 조각 끄적거려 들려줬다......
---제목 미상---
산과 들이
떠나가는 구름을 부러워하네.
그대는 따스한 햇살 온통 안고
어디든 맘대로 흘러가잖소..
구름은 떠나면서
그거이 아니라고 소리친다네.
그대는 꽃과 시냇물 친구도 있어
언제나 기쁜 웃음 간직하잖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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