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7 (월) 비
엊저녁부터 내리던 비가 아침까지 그칠 줄을 모른다.
여행을 다니면서 이처럼 많은 비를 만난 것은 올 1월 나폴리 갔을 때 이후로 처믐이다.
그때도 비옷을 입고 다니면서 날씨가 맑질 못해 아름다운 나폴리항을 제대로 보지 못해 아쉬워했던
적이 있었따.
하얀 쌀밥을 지어 도시락 라면을 국물삼아 상추에 고추장 찍어 비소리 들으며 아침을 먹었다.
예린 이강은 비옷을 걸치고, 나는 각시랑 우산을 받고 길을 나섰다. 짐들은 싸서 호텔에 맡기고...
오늘은 시내 관광을 마치는대로 오후 4시반에 핀란드행 국제선 열차를 타야한다.
티켓을 인터넷으로 예약해서 열차타기 직전 차장이 건네주기로 했는데, 내심 걱정이다.
서울의 종로와도 같은 네프스키 대로를 따라 카잔성당으로 들어갔다. 입장료는 무료인데 안에선
사진을 못찍게한다.
1801년부터 10여년간 무명의 농민출신의 건축가가 세웠단다. 석고대리석으로 1m 정도씩 이어서 올라간
94개의 코린트양식의 기둥으로 되어있는데, 건물이 직선이 아니고 부채꼴처럼 휘어있는게 인상적이다.
혁명당시 학생들의 집회 장소로 이용되기도 했다는데, 지금은 주위가 다 공원이다.
대로변에 특이한 초코렛 가게가 있다. 가게앞에서 손님을 끄는 중동풍의 아저씨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애들이 먼저 들어간다. 예륀이는 연인상의 초코렛을 샀다. 맛은 너무 달다.
어제도 거닐었던 푸쉬킨의 문학카페를 지나 네바강변의 이삭성당 전망대는 3일간 크로우즈다.
정상회담이 있는 기간동안은 높은 전망대도 오를수 없나보다.
근처 공원에 있는 청동 기마상엔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혼들이 사진을 찍고간다.
에카테리나가 세운 표토르 1세의 상인데, 이 청동상을 세우고 귀족들의 환심을 샀다고 한다.
12톤 무게가 뱀 위에서 균형을 잡고 서있다.
각시가 꼭 가고싶어한 유스포프 궁전은 조그만 운하옆에 있다. 가이드투어만이 입장가능하다.
투어비도 비싸고 입장료도 비싸다. 더구나 시간상으로도 빠듯하다. 샾에 들러 니콜라이의 생애라는
책한권 사는 것으로 관람을 대신하고 발길을 돌렸다.
애들은 좋아하고 각시는 못내 아쉬워한다. 갈길이 바쁜데...
비가 많이 개었다. 사실 초코렛 가게에서 나온 후부터는 거의 우산없이 걸어다닌다.
걸어서 호텔로 돌아와 짐들을 챙겨 토프스키가야역 지하철역까지 10여분 또 걸었다.
국제선 열차가 출발하는 라도즈스키역까지는 네정거장이다. 여기도 지하철역의 에스칼레이터는
엄청 길다.
역에서 러시아돈을 모두 환전했다. 남은 잔돈은 모두 도시락라면을 샀는데, 맥주도 좀 몇병 살걸~~
4시반 출발예정인 기차가 있는 플렛폼으로 나오니 3호차 앞에 차장이 있다.
티켓 야기를 하니 품에서 차표를 꺼내준다. 차장이 영어도 잘하고 인상도 참 좋다.
아닌게아니라 이 열차는 핀란드열차란다.
열차의 바퀴가 서서히 구르고 밖에선 배웅나온 사람들과 떠나가는 사람들이 서로 손을 흔드는 모습을
보니 이제 우리도 무사히 이 살얼름판 같은 러시아땅을 떠나는구나 싶다.
무사히 탈출하는 기분이 이런걸까...오래전에 봤던 '백야'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스르르 잠이 밀려온다. 긴장이 풀린 탓일까~
예린이는 이강이한테 잠시도 쉬지않고 영어로 뭐라 지껄인다. 학교얘기, 친구들 얘기...
주위를 몇번이나 주었다. 주위 사람들 방해하지 말라고...하지만 우이독경...
언제나 철이 들런지...
러시아의 국경선에 거의 도착했을까..한 역에서 군인인지 경찰인지 한 부대원들이 들이닥치더니
주로 러시아인들을 상대로 뭘 묻고 검사를 한다.
내 뒤쪽에선 한 부부가 갖고 있던 비디오카메라를 군인아저씨가 한 30분이나 되돌려보면서 검사를 한다.
역쉬 사회주의 국가의 대부답다.
한 정거장을 더 가니 국경역인 바이니클라역이 시골 간이역처럼 생겼다. 이곳에서도 어김없이
한떼의 군인들이 들이닥친다.
우리의 여권을 검사한 군인 아저씨는 '안녕하십니까~' 유창한 한국어 인사를 한다.
한참이나 여권을 이리저리 검사하던 군인경찰이 드뎌 출국 도장을 찍어준다.
우린 연신 무슨 특혜라도 입은 양 땡큐를 연발했다. 정말이지 그땐 출국도장이 왜그리도 고맙던지...
지나가고 나니 웃음이 다 난다.
열차가 다시 굉음을 울리면서 국경선을 넘는다. 국경선을 넘을땐 기분이 묘해진다.
8년전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넘어갈때 걸어서 국경을 넘은 적이 있다.
그때도 이런 묘한 기분이 들었었다. 이쪽동네 저쪽동네 모양도 비슷하고, 풀포기 나무들의 모습들이
흡사 형제처럼 비슷한데, 인간들은 역사와 환경속에 180도 다른 분위기를 띤다.
햇볕도 쨍쨍 내리쬔다. 사람들이 웃고 떠들고 갑자기 열차안의 분위기가 후끈거린다.
움직이는 Bank도 지나간다. 환전을 못한 승객을 위해...
우리도 분위기에 들떠 식당칸에서 맥주 두병을 사다가 마셨다. 무사탈출 추카~~!!
낮은 구릉과 평원이 나타나다가 키큰 나무들이 촘촘히 들어선 숲들도 나온다.
하얀 피부에 초록색 옷을 입은 가늘고 긴 나무들이 유난히 많다.
핀란드는 핀족이 기원전 2,500년전에 세운 나라란다. 국민들이 워낙 정직해서 세금 징수율 100%란다.
우리보다 큰 땅떵어리에 인구는 800만명...이러니 국민들의 불쾌지수는 '0'이라 자부하는 나라...
러시아와 같이 붙어있는데 전혀 딴판인 이 나라의 수도 헬싱키 중앙역에 기차가 들어선 시간은
22 : 30...1시간의 시차가 있어 시간을 한시간 뒤로 돌렸따.
여기도 백야현상으로 아직도 대낮같이 밝고 훤하다.
사람들의 발걸음, 인상들이 살아있는 아니 환희에 찬 인생을 사는 것처럼 밝고 맑기까지 하다.
우리가 호텔 방향을 찾기위해 지도를 들고 헤메고 있는데, 어느 한 중년의 술취한 남자가
술냄새를 풍풍 풍기며 말을 건다. 어디서 왔냐구~~
덕분에 호텔 방향을 제대로 잡고 걷을 수 있었다.
도시가 그리 커보이지 않았다. 헤이그 보다도 더 작아보였다. 아직 속까지 들여다보진 않았지만...
소코스 백화점 뒤로 돌아 3T 트램길을 따라 아카데미카 섬머호텔까지 한 15분...
만나는 사람들마다 키도 작달막하고 영어도 잘하고 친절해 눌러앉아 살고 싶기도...
호텔은 네명이 자기에 좁지만 깨끗하고 샤워시설에 부엌까지 딸려있어 우리같은 여행객에겐 딱이다..
콜라, 환타를 놓고 오늘도 반성회를 갖였다. 애들도 신이나서 엄청 떠들고 까분다.
예린이가 무척 성숙해진 듯한 느낌이다. 생각이 제법 어른스러울때가 있는 애가...어쩔땐...
하얀 시트에서 포근한 밤을 보낼수 있어 행복했다..
네프스키 대로
우리가 배웅을 받는것 같다..
국경역...승객 한명이 내려 역사로 들어선다..
헬싱키역에 들어설 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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