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목) 구름 한점 없는 35도의 뙤약볕에서 풀 한포기 없는 계곡을 누비다.
몹시도 피곤했나보다. 새벽마다 울리는 모스크의 스피커 소리도 못들었으니..
6시 반 모닝콜이 울리고 일어났다. 아침부터 바쁘다. 7시 반에 가이드가 호텔로 온다고 했다. 정말로 일어나기 싫어하는 애들을 두들겨 깨워 아침을 먹였다. 별다섯 호텔에서 제공하는 부페식 아침 식사는 풍부하고 신선하고 차림새가 아름답기까지 하다.
선잠 깬 아이들은 입맛없다 먹는둥마는둥, 엄마는 바쁘다고 먹는둥마는둥...나라도오지게 순대를 채워야쥐..이집션 푸드, 계란죽, 햄과 버터를 바른 빵 두개, 신선한 토마토와 야채...혹시 몰라 애들을 위해 계란 하나를 호주머니에 넣어뒀다.
7시 반에 어제의 그 멋쟁이 가이드 "갓(Gad)"이 우릴 데리러 왔다. 봉고에 타니 이미 여러 사람들이 앉아 있다. 우리까지 빈틈없이 꽉찬다. 완전 맞춤이다. 가이드가 상당히 말주변이 좋고 유머러스하다. 가이드는 모름지기 저래야 되져~~ 발음은 많이 특이하다.
그냥 영어도 알아듣기 어렵거늘...하물며...그냥 몸짓 손짓이 잼있다.
오늘 입장할 곳을 간단하게 설명하고 입장료를 미리 걷으며 어디에서 왔는지도 묻는다. 우리한텐 중국? 일본? 물어보는데 애들이 "Korea" ...
우리도 네명의 비용을 152파운드 미리줬다. 물론 학생증, 선생님증까지..
몇년 전만 해도 동양인들은 대부분 일본인들이었는데 이젠 여행중인 중국인들이 많아 어느 국이냐구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다. 길거리 지나갈때 들리는 인사는 "니 하오" 아니면 "곤니찌와"..
미소를 지어야할지, 인상을 써야할지...
오늘 같이 할 우리 봉고팀은 다양하다. 호텔에서 마주쳐 눈 인사만 나눈 미국인 할머니 두분, 아르메니아에서 왔다는 중년 남녀, 호주의 젊은 아줌마와 그의 늙은 큰아들, 뮌헨에 사는데 카이로에서 말년을 보낼까 생각중이라는 자칭 60이 넘었다는 젊은 할아버지, 이 할아버지는 한개라도 더 알고싶은 호기심으로 열심히 공부하면서 여행을 다니시는데 가이드의 영어 발음을 알아들을 수가 없다고 투덜투덜...가이드의 기분을 팍~상하게...으~짱나는 할아부지~~ 그리고 베낭여행객 젊은 대학생 같은 청년...
오늘의 봉고는 에어컨 빵빵 시원하다. 20~30분 달려 시내를 벗어나니 나일강 서쪽 언덕에 피라밋같은 거대한 산이 황토 빛으로 벌거벗고 산맥처럼 나타난다. 이름하야 왕들의 골짜기(Valley of the Kings)... 왕들의 계곡, 왕가의 계곡이라고도 한다.
이곳은 석회암 계곡으로 고대 이집트 신왕조 시대(기원전 1567년~1085년)의 왕들의 무덤이다. 서울의 여의도만한 크기로 무덤이 도굴될 것을 염려하여 사막 한가운데 있는 석회암 계곡에 토굴을 파고 토굴 벽면에 사자의 서를 기록한 뒤 시체는 미이라로 만들어 유물과 함께 안장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발굴한 무덤은 모두 62개로 발굴 순서에 의해 무덤에 번호가 부여되어 투탄카문 무덤이 62번이었다. 그런데, 최근 귀족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무덤 하나가 발견되어 현재 발굴중이라 한다. 이들 무덤중 일부는 그리스 로마 시대에 발굴되었지만, 대부분은 18~19세기 유럽인들에 의해 발굴되었는데, 부장된 유물들은 발굴당시 이미 모두 도굴된 상태였단다.
그러나 다행히도 1922년 영국인 하워드가 발굴한 투탄카문 왕의 무덤(62호)에서는 왕의 미이라와 함께 부장품이 도굴되지 않고 모두 발굴되어 온 세상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던 적이 있었다. 18세의 어린나이로 죽은 까닭에 무덤도 작아 도굴꾼들이 별것 없을 것으로 알고 도굴을 하지 않았다고...
참고로 카이로 박물관에서 본 투탄카문의 부장품들은 한마디로 어마어마 했다. 잘 알려진 황금가면의 화려함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화려한 악세사리에 셈세한 귀금속 공예품까지...세력 막강했던 왕들의 부장품은 가이 어떠할지 짐작조차 할 수가 없다.
투탄카문의 무덤엔 아무것도 없고 다만 미이라가 보관되어 있다하는데 관에 덮힌 채 개방되지 않았다하여 들어가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다..아니 그것보다도 훨씬 더 비싼 입장료를 내라고 하니...야들이 누굴 짱구로 아남~~
람세스 1세를 비롯해 서너개의 무덤을 둘러봤다, 무덤안으로 둘어가는 통로는 2미터의 사람들이 꼿꼿이 서서 들어갈수 있을 정도로 높고 자동차 한대는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넓다. 통로 양 옆엔 부장품을 보관했던 두어평 남짓한 방들이 있는데, 많은 곳은 양쪽으로 4개씩 있는 방도 있었다.
통로를 따라 비탈길(비스듬한 비탈부터 급경사의 비탈까지 무덤의 상황에 따라 다양) 20여 미터를 내려가면 미이라가 누워있는 사자의 방이 나온다. 방의 크기는 서너평 남짓 꽤 크다.
물론 한가운데 미이라가 보관되었던 커다란 석관이 아래위로 붙어 있고...사방팔방의 벽면엔 "사자의 서(Book of the Dead-死者의 書)"란 상형문자가 새겨져 있다.
참고로 이집트에서 미라와 함께 매장된 반 영구적인 파피루스 두루마리나 무덤 벽면에 새겨진 비문을 통칭해서 사자의 서라고 부르는데, 죽은 자를 심판하는 내용 등 대부분 다채로운 색깔의 삽화가 곁들여진다.
이런 거대한 문묘를 만들었던 고대인들의 솜씨도 대단하거니와 그것을 모래 한줌씩 걷어내고 붓질해 발굴해낸 현대인들의 솜씨도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봉고를 타고 계곡을 내려와 그 뒷편으로 향했다. 하셉수트 여왕의 신전과 왕비의 계곡이 있는 곳으로...
10여분만에 도착한 신전은 하셉수트 여왕(BC 1503-1482 재위)이 8년에 걸쳐 건축한 신전으로 왕들의 골짜기 바로 뒤편에 있다.
하셉수트(Hatshepsut)는 투트모스 1세의 딸이자 이복오빠인 투트모스 2세의 왕비였는데, 투트모스 2세가 젊은 나이에 요절하자 나이어린 투트모스 3세를 대신해 섭정을 하면서 정권을 장악했다.
투트모스 3세는 투트모스 2세의 소실로부터 얻은 아들로 정식으론 이 아이가 파라오였다. 그런데 하셉수트는 처음에는 어린왕의 이름으로 통치하다 권력의 맛이 좋았던지 스스로 남장을 하고 파라오라 자칭하며 20년간 통치했다. 청년 투트모스 3세는 하셉수트가 죽자 정권을 장악하고 하셉수트의 많은 유적, 기념물들을 파괴했다니 그간 그녀의 치하에서 얼마나 설움을 당했으면...
그래서인지 이 신전도 많은 부분이 훼손됐다. 이 신전은 3층의 계단식으로 건축되어 있는데, 자세한 것은 아래 사진으로 남겨 놓는다.
왕비의 골짜기는 여기에서 그리 멀지않은 곳에 있다. 왕들의 골짜기를 먼저 봐서 그런지 좀 시시한 감이 있지만, 출입구부터 감시원들의 눈초리가 심상찮다. 모든 카메라를 입구에 맡기고...무덤 입구를 통과하니 아니 이럴수가...헉~~
놀란 입과 눈이 다물어지질 않는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천장과 벽에 3,000여년전의 색깔 그대로...거의 원형에 가까운 아름다운 설형문자와 살아 숨쉬는 듯한 화려한 복장의 왕과 왕비들이 신들에게 제물을 바치고 있고 그들에게 영생을 약속하는 신들의 모습이 빛하나 바래지도 않은 채 우리의 숨을 멎게한다. 규모는 비록 왕들의 무덤보다 조금 작아보였지만...
왕들의 무덤은 많은 손상이 있었지만, 이곳 왕비들의 무덤은 색깔마저도 거의 몇천년전 그대로였던 까닭이 궁금하다. 아무래도 왕들보단 손이 덜 탓겠지...
석회암 바위를 깍아내어 분묘를 만든 것도 불가사의지만, 그 화려하고 다양한 채색 기술에 인간 두뇌의 무한한 능력에 대한 경외감으로 숙연해진다.
시내로 돌아오는 길에 가이드가 한마디 덧붙인다. 큰 돌덩어리 두개만 우두커니 서있는 별로 유명하지도 않은 유적이 하나 있는데 가는 길목에 있으니 사진이나 찍고가자고 한다. 가까이 다가가니 헉~~이것마저도 사람 기를 죽이넹~
멤논의 거상...
제18왕조 아멘호텝3세때 자신의 장례신전을 만들고 신전앞에 18미터의 거상 2개를
세웠는데..신전이 사라진 넓은 벌판에 두개의 석상만 뎅그러니 남아있다. 어찌보면 가이드의 말대로 유물같지도 않고 아주 보잘 것도 없어 보이지만, 3,000여년전 다듬어진 돌덩이리라는게 믿기질 않는다. 물론 피라미드나 왕가의 계곡 등을 둘러본 나야 당연히 믿고도 남음이 있지만...
봉고는 한낮 뜨거운 태양으로 달구어진 아스팔트 외곽 도로를 나일강처럼 굽이굽이 돌아 시내에 들어왔다. 우리 호텔부터 들러 미국인 할머니 두분과 함께 우릴 내려주고 봉고와 가이드는 떠났다. 이젠 정들었던 이들과도 영영 이별이다. 더 이상 내평생에 다시 만날 수도 없는 사람들...푸른 그들의 눈동자가 벌써 그리워진다.
점심을 호텔 근처 중국식당에서 가볍게 먹고 시내 관광에 나섰다. 애들과 마차로 시내 유람을 나섰다. 나일강을 따라 넓게 뻗은 아스팔트 도로를...
다 떨어진 슬리퍼에 빵 광주리를 이고 동생의 손을 잡고 행상을 하는 열두세살 남짓의 가녀린 소녀가 유서깊은 강둑 버드나무 아래에 서있다. 달그닥거리는 말발굽 소리가 희미하게 다가오며 잠시 나일의 상념에 잠긴다.
이집트는 빈부의 격차가 너무 심해서 가난한 자들의 삶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단다. 우리 관광객들이 만날 수 있는 코찔찔 애들은 그나마 낫고 정말로 가난한 자들은 우리가 만나볼 수도 없다는 가이드의 말이 내내 귓가에 맴돈다.
바람의 딸 한비야씨가 세계를 몇 바퀴 돌고난 후 많은 것을 느낀바 있어 난민구호 단체에 자진해 들어가 일하고 있다는 그의 말이 새삼 뇌리를 스친다.
젊은 마부는 튼튼한 스페니쉬 말이 힘들어하니 돈좀 더 달라고 조른다. 우릴 무신 봉으로 아남...너희들은 그래도 괘안단다. 너희보도 더 힘든 어려운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계약한 10파운드도 적은 돈이 아닐진대...우리가 너희에게 돈뻥뻥 쓰고 간다면 우리 후에 오는 관광객들 모두 봉으로 알거 아닌감~~
오늘 밤엔 밤열차를 타고 다시 카이로로 돌아가야 한다. 가벼운 간식으로 요기를 하고 역 플랫폼에 들어서니 중국의 역만큼이나 사람들이 많다. 인종도 다양하고...
저녁 9시반에 기차가 들어온다. 역시 일등칸의 분위기는 그럴듯하다. 저녁식사는 쇠고기와 쌀밥을 기름에 약간 볶은 듯...
나일강을 따라 달리는 차창밖.. 아직 어둠이 짙지 않은 골목길엔 동네꼬마 녀석들이 떨어져 너덜너덜한 공을 차고 논다.
누군네 잔칫집 돼지 똥보로 풍선처럼 불어 공놀이했던 어릴적 추억속으로 잠시 들어갔다. 어둠속에 사라지는 야자나무 가지들이 꿈꾸듯 지나간다...
갑자기 배가 아파온 예린..
참아야 하나, 어째야 하나...
그러거나 말거나 모든게 신기한 이강..
열변을 토하며 설명하는 의식있는 젊은 가이드..Gad
발굴중인 제63호...
발굴작업이 계속되고 있다고 하는데...작업하고 있는것 같지도 않다.
미발굴된 지역..많은 무덤이 있을것으로 추정한다는데...
이곳에서도 가장 유명한 투탕카멘의 무덤.
그간 62번째 발굴된 무덤으로 62번의 번호가..

아까 차 안에서 내가 미안했쓰이~~나도 영어는 잘 못허는디..이 늙은것이 주책이구먼...
날씨가 넘 더워 그랬나벼~~젊은이가 이해햐~~
아~ 뭐 그런걸 가지구...사나이 쏘심허게..ㅎ
왕비의 계곡으로 가는 도중 들렀다... 돌깍는 아저씨들
계곡 근처에 있는 조그만 마을...주로 돌 공예품을 만들어 생계를 유지하는 듯..
부전자전...
당시에 신전이나 무덤을 짓던 노예나 다름없는 일꾼들이 살던 산중턱의 토굴입니다.
죽으면 토굴안에 그냥 묻었다네여~~
버스에서 내려 하셉수트 신전으로 걸어가고 있습니다.
하셉수트(Hatshepsut) 신전
제18왕조 하셉수트 여왕이 8년에 걸쳐 건축한 신전으로 3층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3층으로 오르는 계단... 하셉수트는 여자임에도 남장을 하고 왕의 자세를...
왕을 상징하는 지휘봉을 가슴에 X자로...
파라오로서 당당히 20년간 섭정을 간 거지요
얼굴엔 아직도 채색의 흔적이 뚜렷합니다.
하셉수트의 석상 뒤로 여러개의 기둥이 있는 홀..
홀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면 정면(사진 왼쪽건물)은 태양신 아문의 지성소,
오른쪽(사진 오른쪽 건물)은 호루스 신의 지성소가 있습니다.
몇년마다 찾아오는 안식년 같은 휴일이 있는데,,,가는날이 장날이라 신전 내부는
입장할 수 없었슴돠.
계단식 층이라서 여기 1층에서 보니 2층이 보이질 않네여~
1층 홀벽에 있는 부조...이런 부조가 온 벽을 빈틈없이 채우고 있습니다.
1층 우측의 회랑..여왕이 아문신에게 제물을 바치고 있습니다.
멀리 보이는 건물이 공사를 담당했던 현장 사무실이랍니다.
왕들의 계곡 뒷편에 자리잡은 하셉수트 신전 근처의 왕비의 계곡...
람세스2세의 부인 네페르타리 무덤이 볼만하다는데...지금은 새끼줄이 쳐져 있네여~
람세스3세의 티티 왕비 무덤
람세스3세의 아들 아멘헤르케세프 왕자의 무덤으로 무덤 현실에는 생후 6개월된
아기 미이라가 보관되어 있습니다.
발굴중인 무덤들...돌들을 이렇게 파 들어갑니다.
멤논의 거상..
얼마나 크던지 사람들 키 높이가 저 받침돌보다도 작습니다.
발 옆에 양쪽으로 두 여인이 있는데, 하나는 왕의 엄마, 다른 하나는 각시..
버스안에서 바라본 풍경...강 건너 서쪽에 사막이 보인다.
호텔에서 짐을 꾸리고 오후엔 마차를 타고 휴식을
낼 아침에 카이로에 도착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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