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즐거워

절경의 카파도키아 계곡으로

시골아이! 2006. 5. 28. 16:01

5.28(일) 한낮의 계곡 날씨는 시원한 맥주가 그립다.

 

달리는 밤 버스안...시끄러운 TV 소리에 잠을 깨니 겨우 12시가 조금 넘었네...1시간여나 잤을까...전쟁영화도, 코메디 영화도 아닌 유치찬란한 현지영화가 현지어로 나오니 소음도 이런 소음이 없다.

1시쯤 휴게실로 차가 들어서니 사람들이 내린다. 귀찮아 차안에 앉아 있는데, 10여분이 지나도 사람들 들어올 생각을 않네. 나도 내려 화장실에 가니 헐~~이런 입장료가 0.5 리라... 동전이 하나도 없다. 각시를 찾는데도 보이질 않는다. 시원한 밤공기를 마시며 차주위를 서성이는데 한국분 아줌마랑 같이 있는 울 각시...반가웠다..동전~~

 

한국에서 오신 분들은 나보다도 훨 연배이신 석교수님 내외분이란다. 더 늙기 전에 시간내어 여행하는 중이라고...젊게 살면 젊어 뵈는 것이 당연한가 보다. 보기에 참 좋다. 넘 다정한 사이라 첨엔 이상한 관계가 아닐까 얄궃은 생각도 해 봤었는데...

 

자다깨다(거의 깨어 있었지만..) 아침 5시가 되니 미지의 벌판이며 저 멀리 검은 산들이 여명속에 서서히 옷을 벗는다. 차는 이내 어느 휴게소로 30분간의 휴식에 들어가고 지평선 언덕 너머로 구름의 한쪽이 붉게 물든다. 예뤼니는 일어나 뻐근한 몸 뒤틀면서 운동도 하는데, 이강인 아직도 한밤중...이 녀석은 어딜가나 잠을 잘 자니 좋다. 먹기만 잘 먹으면 금상첨화려니만...

 

5시 반이 넘자 우리들의 버스는 다시 넓은 들판을 가로질러 달리고 이내 황금빛 태양이 떠오른다. 앞으로 서너시간 더 달리면 목적지란다. 차장은 물수건을 돌리더니 홍차, 커피를 주문받는다. 따끈한 홍차 한잔은 아침의 서늘한 공복에 더없이 좋은 손님이다. 구름이 낮게 깔린 초원에 갑자기 호수인지 바다인지 푸른 물결이 손에 잡힐 듯 나타난다. 하늘 색의 샛푸른 물결이 저편 끝에 하늘과 맞닿아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물결인지....2.0의 시력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은 어찌 분간이나 할 수 있을까...

 

 

 

차장은 또 향수인지 스킨인지를 손바닥에 부어준다. 한참을 달렸는데도 차는 아직도 호수인지 바다인지 곁을 달리고 있다. 반시간도 넘게 달리고 나서야 그 호수인지 바다인지는 시야에서 사라졌다. 헌데, 이제는 정리가 잘 된 파란 논들이 김제평야 만큼이나 넓게 펼쳐진다. 파란 논들의 끝에 하늘이 맞닿아 있다.

야생화가 이쁘게 피어있는 누런 밀밭가에 잠시 차가 멈춘다. 조금 있으니 한 청년이 내리고 키큰 나무 뒤로 사라졌던 그 청년이 잠시후에 차에 오르자 친절한 차는 움직인다.

 

8시반에 드디어 카파도키아의 한 시골마을 괴레메에 도착했다. 우리 한국팀만 남기고 모든 손님들이 다 내렸다. 말많고 나서기 좋아하는 중국 광동에서 왔다는 한 아가씨도 내렸다. 카파도키아는 이곳 괴레메를 비롯해서 몇개의 크고 작은 마을들이 있는데 우린 조금 떨어진 월굽에서 내렸다.

 

소아시아지역 중부 고원지대에 자리한 카파도키아(갑바도기아)는 300만년전 화산 폭발로 화산재가 쌓여서 생긴 응회암층이 오랜세월 비바람에 침식(풍화작용)되면서 지표면과 바위의 모양이 버섯, 죽순, 모자, 사람, 새, 낙타...등등 기기묘묘한 모양으로 변한 아름다운 지형으로 일찌기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자연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바위산으로 덮혀있는 지하에는 1~4세기에 로마의 박해를 피해 숨어든 초기 기독교인들이 바위와 지하에 건설한 지하도시들로 유명하다.

 

아~ 큰일이다. 아직 아침도 안먹었는데, 벌써 이만큼이나...어쩐다냐...확 줄여야쥐~~

 

괴레메에서 월굽까지 한 20분간 달리는 산길에서 만난 기암괴석들은 어찌나 황홀했던지 처녀 방문하는 우리네 동공이 두배로 커졌다.  Agra Tour 사무실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석교수님이 애들에게 한국에서 직접 들고오신 얼큰한 컵라면을 끓여 주셨다. 무척이나 맛있어 한다. 국물 한올까지 싹 쓸어 먹는 걸 보니  내 배가 다 부르다. 예륀이한테 국물 한입 얻어 마시니 빵조가리 몇개에 퍼석퍼석한 속이 그냥 풀리네~~

 

아침 10시에 우리팀까지 12명의 손님을 태운 봉고버스로 오늘의 투어가 시작됐다. 투어 사무실에서 한시간여 쉬고났더니 컨디션 100%다. 밤새워 버스에 앉아 이리틀고 저리 꼬며 잠자기 위한 사투를 벌였던 기억이 사라진지 오래다. 애엄마도 무릎으로 이강이 베개해 주느라 제대로 쉬지도 못해 힘들었을텐데도 아름다운 경치에 취해 피곤한 줄을 모르네..

 

선생님으로 정년 퇴임하시고 가이드일에 종사한다는 Adnam 현지인 할아버지는 정력도 좋고 말주변도 좋다. 즐거운 투어가 될것 같다.

 

뾰족한 바위들과 기묘한 언덕들로 어우러진 벌판이 눈앞에 펼쳐진다. 쿠르츠쿠 계곡은 3갈래가 있는데 중간길을 선택해 계곡으로 걸어 내려갔다. 황량한 사막같은 화산재가 쌓여있는 들판에 핀 붉은 양귀비 꽃이 이쁘다. 계곡엔 미류나무들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고 어디선가 곧 매미소리가 들릴 듯 평화롭다. 계곡 양 옆 깍아지른 듯한 바위 중간엔 사람이 팠다는 석굴도 보이고 깨어진 바위 틈으로는 비둘기들이 들락거리고 있다. 십자가와 아랍어 같은 글자가 붉게 새겨져 있기도 하고...

 

이곳은 300만년전 대폭발 이후로 크고작은 화산과 지진이 수도 없이 이어졌단다. 지금도 수시로 작은 지진들로 흔들림이 있단다. 방귀가 잦다보면 어찌될 수 있다고...지질학자들은 조만간 큰 지진활동의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단다. 헉~~여행중엔 제발...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계곡의 아름다운 풍경을 따라 내려가니 말을 세워두고 밭을 일구는 농부도 보인다. 스쿼터나 자건거를 타고 투어하는 서양인들도 종종 만났다.

연분홍빛 바위들이 춤추듯 흐드러져 있는 오른쪽 로즈계곡을 지나쳐 차우신 마을에 도착해 시원한 맥주한잔으로 갈증을 풀었다. 마침 오늘 투어에 참가한 한국인 젊은 부부가 있어 애들이 더욱 재미있어 한다. 이들은 결혼한지 몇년 않된 학생같은 부부였는데 애는 아직 없고 다디던 회사를 때려치고 퇴직금으로 몇개월째 유럽 여행중이란다. 역쉬~~젊음이 좋긴 좋다...젊은 부부는 인상이 참 선하다. 우리말이 통하는 우리들끼리 둘러앉아 시원한 맥주한잔 앞에놓고 모처럼 떠들었던 그 자리는 평생 잊을 수 없을 거 같다.


지금 막 계곡으로 내려가고 있습니다.

앞쪽의 국방색 티를 입은 한쌍은 군산에서도 근무했던 미군들...지금은 터키서 근무..

뒷쪽의 키큰 사람은 루마니아 부부..


계곡으로 내려가기 직전


이런 길을 지나고


이런 길도 지나고


도중에 동굴교회 내부도 구경...자알 내려온나~~

 

차우신 마을에서 잠시 휴식을...

 

봉고로 피젼계곡으로 이동해 깨끗하고 큼직한 식당에 들어가 뷔페로 점심을...아침이 션찮았는데 무지 맛있게 잘 먹었다. 세번씩이나 날라다 먹었다. 피젼계곡은 균열로 생긴 응회암 구멍에 비둘기들이 둥지를 틀었는데, 수마리의 비둘기들이 멀리서 참새처럼 날라 다니는 모습이 보인다. 석굴속의 기독교인들은 비둘기의 배설물을 비료로 사용하고 비둘기 알을 나무열매 등과 섞어 석굴교회에 성화를 그리는 염료로 사용했단다.

 

든든한 배를 뽈록 내밀고 카이마크르 지하도시로 향했다. 지하도시는 데린쿠유, 오즈코낙 등 곳곳에 있다. 이 동굴은 약 3만명이 거주했다는데, 적들의 침입을 막기위해 미로로 되어있어 잘못하면 길을 잃을 염려가 많다. 몇년전 그리스 어린이 enico가 이 동굴에서 길을 잃어 아까운 생을 다했다고 해서 엔리코 동굴이라고도 불린단다. 희미한 전깃불과 파란색깔의 화살표를 따라 가이드 뒤를 졸졸...부엌, 십자가와 포도주가 있는 교회, 기름 저장소, 죄인을 고통스럽게 묶어놨던 벽, 우리의 전통 맷돌이 방 한쪽에...그리고 지렛대를 이용해 적을 막을 수 있는 원통형의 커다란 돌문 등...2천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그들의 지혜에 감탄사가 나온다. 사이공의 구찌터널을 연상케 한다.

 

 


 


 

 

동굴에서 나오니 줄지어 늘어선 기념품점 주인들이 손짓하며 반긴다. 석교수님 사모님은 현지 스타일의 치마를 싼값으로 샀다고 좋아하신다. 울각시는 동굴에서 주운 여성용 멋쟁이 모자를 들고 나왔는데 주인도 없는 이 모자를 놓고가라고 이강이가 성화를 대어 그냥 어느 상점옆에 놓고 온 거이 영 아쉽다.

 

카탈파야의 요정의 굴뚝 바위를 보고 동굴호텔로 돌아오는데 한국인 젊은 부부가 어느 마을에서 먼저 내린다. 자기들은 이곳에서 묵는단다. 많이 섭섭하다. 오늘저녁 밸리댄스를 보러 가기로 했는데, 같이 갈수있었으면 좋으련만...

동굴호텔은 바위 위에 집을 짓고 방은 응회암 바위에 굴을 뚫거나 응회암의 바위를 벽돌처럼 깍아 만들었다. 이곳 마을들은 집을 지을때 벽돌이 필요없다. 그저 화산재의 단단한 부분을 짤라다가 깍아 벽돌로 사용하면 된다.

 

바위로 둘러쌓인 방은 그저 간단하다. 그래도 따뜻한 물로 샤워도 할 수 있다.  저녁 8시에 봉고를 타고 다른 마을에 있는 식당으로... 1인당 45불만 내면  맛있는 저녁을 즐기면서 밸리댄스도 보고 술은 얼마든지 마실 수 있단다.  석교수님댁이 꼭 보고싶은 눈치여서 밸리댄스의 경험이 있는 우리로서도 동무삼아 가기로 했다. 도중에 한 젊은이를 차에 태웠는데, 이친구 밸리댄서란다...헐~~횡재한 기분이다.

 

동굴 지하에 있는 식당은 9시부터 시작하는데, 밸리댄스가 시작하고 나서 식사를 할 수 있단다. 예약석을 피해 가장 좋은 2층에 자리를 잡고 사람들이 모이고 시간이 가기를 기다렸다. 9시가 되자 조명이 꺼지고 저승사자같은 무도복을 입은 댄서들이 신에게 경건한 의식을 드리는 춤이 시작된다. 20분간 이어지는 이 시간엔 아무것도 먹을 수 없다. 너무나 엄숙하고 경건하여 차라리 소름이 끼친다. 예술이었다. 미술을 전공하고 예전에 전임교수까지 지내셨다는 그리고 지금도 그림을 그리신다는 석교수님 사모님인 이선생님이 곁에서 연신 감탄의 탄성을 울리신다. 특히 우리 봉고를 잠시 빌려타고 같이 왔던 그 댄서가 나오면 좋아 어쩔줄 모르신다..(돌아올때까지 내내 그리워 하시는 폼이 준기에 대한 진쑤기의 그것 같다고나 할까..ㅎㅎ)

 

밝은 조명이 들어오고 경쾌한 율동과 음악이 좀 전과는 딴판이다. 와~~이젠 먹고 마셔도 되나부다...

양고기를 닭 백숙처럼 만들어 양념밥과 함께 나온 그것은 참으로 맛있었다. 와인과 맥주가 술 조아하는 우리 네명을 곧 바로 홍콩으로 보냈다. 우리 앞엔 연배가 다 각각인 한떼의 한국 아줌마 아저씨들이 가이드와 함께 자리를 하고 있다. 젊은 몇 아줌마는 신바람이 나 엉덩이를 잠시도 가만두지 않는다. 우리 바로 발아래엔 나이 드신 서양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맥주잔을 기울이며 브라보를 하고 있고 무대 건너편엔 검은 피부의 젊은이들도 흥에 겨워 있다. 동굴안이 금새 전세계 사방팔방에서 온 사람들의 행복한 소음속에 쌓여있다.

 

흥이 무러익을 무렵 갑자기 여자 무희들이 여기저기 손님들의 손을 잡아 끈다. 춤을 함께 추자나 보다. 석교수님과 나도 함께 무대로 나갔다. 헌데,,헐~~무대를 몇바퀴 돌더니 밖으로 나가네...동굴 밖엔 장작더미를 쌓아놓고 켐프파이어도~~이게 얼마만인겨~~이름도 성도 모르는 앞사람의 어깨를 부여잡고 무슨 노랜지도 모르지만 박자를 맞추고 무희가 하는대로 소리소리 지르며 강강수월래같은 아름다운 밤을 보냈다. 각시가 밖으로 나왔는지 아무리 찾아봐도 없넹~~아쉽기 그지없네....

 

야리하게 속옷만 걸친 아가씨가 이쁜 몸놀림으로 보는 이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이 아가씨의 손에 끌려 무대로 나간 할아버지들의 허리춤이 배꼽을 쥐게한다.  아가씨의 휘날레로 막이 내리니 밤 11시...

아~~낼은 새벽 4시에 일어나 벌룬을 타러가야 하는데,,,골목이 이쁜 도델리 마을의 동굴속 따스한 침대에 행복한 하루를 묻었다. 여명속에 하늘로 올라갈 애드벌룬의 부푼 꿈이 붉은 와인으로 취한 몸을 몽실몽실 띄운다.

 



오른쪽에서 두번째 남자가 봉고에 같이 탔던 그 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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