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즐거워

벌룬을 타고 카파도키아 계곡을...

시골아이! 2006. 5. 29. 15:03

5.29(월)..벗어 던지고픈 초여름의 무더위

 

동굴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며 잠을 깨우는 주인집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린다.  4시 15분에 깨워달라 했는데 아직 4시다. 좀 손해본거 같다. 다시 눈을 붙일 수도 없고...4시반에 우릴 태울 봉고가 마을입구에 오기로 했다. 15분이면 충분하다. 고양이 세수로 잠을 털고 바지하나 주워 입고 2~3분 걸어 나가면 되는데...

 

옆방의 석교수님 내외분의 인기척도 들린다. 여유있게 가방까지 챙겨 둘러메고 나가니 모스크에서 흘러나오는 새벽기도 소리가  어스름한 새벽공기를 가른다. 마을어귀로 나가니 개짖는 소리, 닭우는 소리가 어쩜 그리도 어릴적 듣던 그 소리와 똑 같은지...나의 시골, 나의 동네 어귀로 착각속에 빠지게 한다.

 

우리 셋을 태운 봉고는 달리던 중간에 한떼의 일본 관광객들을 태우니 정확하게 꽉찬다. 20여분 달려 넓은 벌판에서 내렸다. 넓게 펼친 벌룬의 주위엔 대여섯명의 장정들이 벌룬에 공기를 집어넣을 준비로 분주하다. 아침상도 벌판에 차려놓는다. 커피와 케이크 몇조각으로 서늘한 새벽공복을 채우니 한결 낫다. 흙모래들로 덮힌 벌판엔 이슬 머금은 붉은 양귀비꽃들이 노란꽃 파란꽃의 야생화들과 어우러져 피어있다. 저만치 떨어진 벌판에서는 너댓개의 벌룬이 누워있거나 일어서고 있다.

 

어디선가 한떼의 관광객이 우리곁으로 더 모인다. 20여분 붉은 불길을 집어삼킨 벌룬은 이제 제 모습을 갖추고 거대한 공룡처럼 일어난다. 거대한 벌룬의 입은 아직도 붉은 불길을 자주 삼킨다. 우린 캡틴의 지시에 따라 벌룬에 올라탔다. 일찍 올라야 자리를 잘 잡는다. 타는 곳은 사방 4조각으로 한곳에 6~7명씩 탄다. 우리방엔 우리팀 셋에 일본 할아버지와 그의 딸 같기도 한 젊은 아낙네, 그리고 키가 2미터는 됨직한 미국청년 둘, 이렇게 일곱명이 탓다. 내 뒤의 키큰 애들은 가운데에 서서 발아래에 펼쳐지는 아름다움보다는 저만치의 풍광만을 즐겨야하는 아쉬움이 있으리라...

 

준비끝!!  캡틴이 무전기에 대고 몇마디...어느새 벌룬은 여명의 하늘을 솟아 오른다. 붉은 색의 바위들이 병풍같은 계곡, 레드벨리를 감싸고 있는 동녘의 산 끝자락엔 벌써 성미급한 헬리오스의 황금마차가 눈에 시린 금빛 열기를 내뿜으며 달려오고 있다. 그리고 이에 뒤질세라 발밑에 피어오르는 벌룬들은 형형색색 계곡의 여기저기를 수놓기 시작한다. 우리의 벌룬은 내가 좋아하는 밝은 연분홍색으로 벌판의 다른 벌룬보다 가장 이뻤다.

 

벌룬은 벌써 지상 800미터 상공으로 떠올라 괴레메 마을의 머리위를 지난다. 흉내도 낼수없는 다양한 기암괴석과 벌집처럼 구멍난 바위의 주거지, 칼자국처럼 찟어진 계곡들, 공상과학만화영화에나 나올 법한 기기묘묘한 지형들이 발아래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벌판의 북쪽 끝자락 산비탈아래엔 커다란 강을 끼고 자리한 도자기의 마을 아바누스도 보인다.

 

벌룬이 한바퀴 돌아 태양이 걸렸던 레드벨리를 향해 간다. 붉은 빛의 돌은 망간이나 철분이 많이 섞여 있고, 노란색의 바위는 유황성분이 남아 있어서 그렇다고 석교수님이 그의 전공답게 설명을 하신다. 밑에서 볼땐 하나의 거대한 산이었는데, 위에서 보니 그건 그냥 산이 아니라 정상에 드넓은 초원이 폎쳐진 푸른 고원이다. 그 고원은 여의도의 두어배는 돼 보였다. 지금의 날씨는 바람한점 없이 아주 좋지만, 갑자기 거센 바람이 분달지 좋지 않을땐 저 고원위로 불시착하는 벌룬이 있단다. 그럴땐 헬기가 구조를 하는데, 엄청난 비용이 들어 헛장사한다는 캡틴의 말에 괜히 걱정된다...비용은 걱정이 안되지만...

 

아까부터 뒤가 마린듯이 자꾸 go back home을 외치는 일본 할아버지가 있었다. 파샤바 계곡을 돌아 델레 계곡으로 향하는데, 또 돌아가잔다. 비행기시간이 가까와 온다나 어쩐다나...같이온 일본 관광객들도 그 할아버지한테 전혀 늦지 않으니까 걱정없다고 하는데도...참 주책이다...뭣하러 탓는데...한마디 해주고 싶어도 말이 안통한다.. 석교수님은 일본에도 체류한 적이 있다고 꽤나 일본어에 능통하시다. 가이드없이 온 일본인들이 캡틴의 영어를 알아듣지 못하니, 석교수님이 일어로 동시통역을 하셨다...헐~~넘 부럽당~~

 

델레계곡 앞 넓은 들판에서 서서히 벌룬의 공기를 줄이기 시작한다. 근데 이상하다..이넘의 벌룬이 자꾸 고압선 위로 내려 앉는다.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캡틴의 덕에 고압선을 넘어가는가 싶었는데 다시 되돌아간다. 발아래 벌판엔 벌써 우리를 실고갈 봉고가 와서 대기하고 있고, 도우미 장정들 대여섯명은 양손을 흔든다. 다른 곳으로 착륙하란다. 그래도 벌룬은 서서히 내려 앉는다. 발아래 고압선과는 한 50미터 밖에 안되어 보인다. 나도모르게 No!!!! 소리를 질렀다. 헉~~진땀이...

 

캡틴은 무전기에 대고 뭐라고 급히 중얼거리고  이마엔 구슬땀이 송글송글...몇번의 불길을 집어삼킨 공룡같은 벌룬이 잠시 주춤거리는가 싶더니 고압선을 살짝 넘어가 푸른 풀밭 놔두고 먼지 풀풀 날리는 밭고랑에 착륙했다..그래도 천만 다행이다 싶다...한숨과 탄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푸른 초원에 또 상이 차려졌다. 이젠 샴페인과 약간의 음료들...하늘을 날았다는 수료증도 준다. 따뜻한 햇살 아래 시원하게 흘러 내리는 하얀 거품의 샴페인 만큼이나 상쾌하고 가벼운 아침이었다. 벌써 아침이슬로 식사를 마친 양귀비 꽃들도 함빡 붉은 웃음으로 떠나는 우릴 배웅하고 있다. 

 









 

 

헐~~아직 아침도 안먹었는데...또 큰일났다...정말로 팍팍 줄여야것다...^^

 

다시 동굴로 돌아오니 8시가 넘었다. 빵과 야채, 삶은 계란으로 아침을 먹고 어제의 가이들를 따라  데브란트 계곡으로 갔다. 다시 한국의 젊은 부부를 만났다. 무지 반갑다. 오늘 그들은 이곳에서 하루를 더 묵고 다른 곳으로 간다니 우리와 더이상 만날 수는 없다. 이곳은 상상의 계곡으로 바위들의 모양새가 보는이의 상상에 따라, 마음에 따라 다른 형상으로 나타난단다. 정말 같은 바위를 보면서도 저마다 야기가 다르다. 닮은 형상이 보는 각도에 따라, 생각하기에 따라 조금씩 다른것이 무척 재밌다. 버섯, 늑대, 낙타, 두소녀, 춤추는 두남녀, 라폴레옹 모자, 성모 마리아를 닮은 바위가 인상깊다.

 

파샤바 계곡은 버섯바위들로 이어진다. 스머프 작가도 이 곳의 버섯바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정말 하얀 고깔을 쓴 개구장이 스머프들이 금방이라도 저 버섯 동굴안에서 재잘거리며 뛰어나올거 같은 환상에 사로잡힌다.

입구에 Church라고 쓰인 나무표지판 아래에 누군가 초등학생 수준의 글씨로 "교회"라고 써놓았다. 한국사람들 어딜가나 참 극성이란 생각이 든다. 이곳엔 많은 석굴의 교회들이 밀집해 있고 13세기경엔 수도사들이 살던 곳이라서 Monk velley라고도 한단다. 천장이 검게 그을린 부엌과 7~8세기경의 프레스코화가 인상깊다.

 

긴강의 홍수 등으로 밀려온 진흙 덕분에 발달한 도자기의 마을 아바누스에 들려 이쁜 도자기들도 봤다. 이쁜 주전자나 하나 구입해 집에오는 손님 술접대용으로 쓰면 좋겠다는 말을 넌지시 각시한테 던지니...들고가기 무겁단다.

 

진흙 도자기에 대추, 밤, 호도 등 각종 보양식품들을 넣고 삶은 양고기의 맛은 일품이었다. 식도락가들이라면 아무리 멀어도 찾아다니며 먹을 만한 가히 진미의 보양식이었다. 잘생긴 호주 젊은이는 두그릇이나 먹는다..헐, 앞저트로 나온 빵도 사정없이 먹어대드니만...무척이나 배가 고팠나보다...

울 각시 말을 걸고 몇마디 주고받더니 올가을엔 일본 중국 등 동남아 여행때 서울에도 들려볼까 생각중이라니,  곧바로 전번과 멜을 적어준다...헐~~젊고 이쁘면 사죽을 못쓰는 울 마눌~~저 병을 어찌 고친담~~

 

높은 석산 꼭대기에 터키 국기가 휘날리는 망루가 있는 위치히사리는 아직도 벌집처럼 뚫어놓은 석굴속에 경찰서, 은행, 호텔 등 각종 오피스들이 들어 있단다. 친절하고 열정많은 현지 가이드는 300미터나 되는 저 바위산 꼭대기에서 2년전 크리스마스 이브에 한명이 낙하를 했는데, 그 원인은 모른다고 한다.

 

계곡을 돌고 돌아 무더위에 지쳐갈 무렵 찾아간 바람의 언덕(Hills of the wind)은 벌룬에서도 벌판 저 너머로 보였던 언덕이다. 계곡을 향해 서있는 우리에게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은 한낮 태양의 열기를 녹여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호가도 창창불락(좋은 노래도 많이 부르면 싫증난다)이라고 계곡 감상에 진력이 난 엄마와 딸은 아예 기념품점에 들어가 나올 생각을 않는다. 봉고에 올라타 한참을 기다려서야 양손에 한다발씩 꾸러미를 든 엄마와 딸, 그리고 석교수님댁...

 

석굴 교회와 그 안의 프레스코화로 유명한 괴레메 박물관은 2세기경 사도 바울이 전도한 장소로도 유명하다. 그래서인지 한국, 일본에서 온 성지순례 관광객들 많다. 초기 기독교도들이 그린 성화에 7~8세기에 덧칠해서 지금까지 그 화려한 프레스코화의 모습으로 남아 있는데, 15세기 오스만터키 제국이 들어선 이래 부슬림의 시대로 바뀌면서 대부분의 성화들이 눈과 가슴부위가 끌과 망치로 파 헤쳐져있다. 가이드 할아버지는 종교가 뭔지도 모르는 무식한 일부의 소치라며 최근까지 이런 몰지각한 행위가 있었다고 한탄을 한다. 터키는 90%가 무슬림, 나머지가 기독교와 그밖의 종교를 갖고 있는데 무슬림이 아닌 자들은 불이익을 입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바나나 교회, 쉐이크 교회, 드래곤 교회, 캐더린 교회, 신발모양의 샌들교회 들을 둘러보니 벌써 돌아갈 시간...저녁 7시엔 다시 파묵칼레로 향하는 밤 버스를 타야한다. 카펫 공장은 의무적 경과 의례란다. 여행 사무실로 돌아와 초여름의 땀내음을 씻어내고 시내에 나가 치킨 케밥으로 저녁을 준비했다. 한국의 젊은 부부를 오피스에 남겨둔채 장거리 버스에 올랐다. 도중에 커다란 정류장이 있는 네브세히르란 도시에서 큰 버스로 갈아탔다. 계곡으로부터 30분이나 달려 먼 마을로 왔건만 이곳까지 벌집같은 석굴위에 현대화된 집들이 들어서 있다. 아마도 그들은 21세기 지금도 과거와 현재를 드나들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긴, 화산재의 영향이 10만 평방키로미터나 됐다니...우리 남한만한 넓이의 땅이 화산의 영향권에 든 셈이다.

 




 



 

 

많은 사람들을 꽉 채운 큰 버스는 아직도 해가 중천에 뜬 이른 저녁, 들녘과 산길을 번갈아 달린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피곤한데도 머리는 말똥말똥하다. 벌써 지난 몇시간이 저녁노을 붉게 물들어가는 서쪽하늘의 지평선 자락아래 필름처럼 사라지며 과거의 시간속에 묻혀버린다. 화산재의 영향 때문일까, 우리네 산처럼 울울창창 녹음진 산이 아니라 도장빵빵으로 띄엄띄엄 쥐 파먹은 머리처럼 희끗희끗 들어난 산자락엔 작은 관목들만이 자라고 있다. 계곡물이 흐르는 곳엔 키큰 미류나무들이 시원하게 뻣어있다.

 

태양이 지평선 저 너머로 사라지는가 싶더니 노을진 서편 하는에 터키 국기를 닮은 이쁜 초승달이 떠오른다. 유난히 길고 가늘다. 버스는 점점 어둠이 짙어지는 초원위를 한없이 달리고, 차창밖의 초승달은 우리만을 따라온다.  이태백의 시 한수에 피곤한 몸 뉘어본다다.

 

人攀明月不可得 月行却與人相隨

(사람은 저달을 잡을 길 없는데, 달은 언제나 우리를 따라 오나니...對酒問月의 한귀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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