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하늘 가만히 우러러 보면
유관순 누나가 생각납니다."
새 학기가 되면
새 책에 새 공책에 새 마음으로 신나있던 그 시절
어느 시골 조그만 학교..
지금은 학생수가 모자란다는 이유로 폐교가 된지 꽤 오래된...
그래서 누군가 그 자리에 농촌체험...뭐 그런걸 만들어 다행이도 학교 흔적이라도 남겨진 그 학교에서
우리가 3학년 새 학기를 맞이한 3월 어느 날...
그 날도 여느 때와 같이 국어교과서 첫장에 나오는 유관순 누나의 노래를 읊고 있었지.
그날 따라 하늘은 더욱 푸르고, 공기는 싱그럽고, 땅은 포근한 봄날이었던거 같다.
일학년부터 육학년까지 한 학년이 한반 밖엘 되지 않아, 전교생이 채 200명 남짓...
일학년부터 쭈욱 같이 생활해온 우리반도 채 60명이 되지 않았을거야.
누군네 아빠는 술만 마시면 싸움만 하셔, 누군네 오빠는 누굴 조아해, 누군네 집에는 숟가락이 몇개래, 누굴 건들면 다음날은 걔내 누나한테 죽는줄 알아야 해...우린 빠삭하게 다 알았었지...
그땐 종이가 귀했는지 돈을 마니 못찍었나봐.. 왜 그리들 못입고, 못먹고 그리 힘들게들 살았는지..
옷 소매엔 말라붙은 콧물자국, 헤어져 몇번이나 덧대 기운 바지에 맨발의 까만 고무신...
비록 흙먼지 씻길날이 없어 손발은 갈라지고 얼굴 어딘가엔 땀에 절은 흙 먼지가 우리들의 모습이었지만,
딱지치기, 공치기, 자치기, 제기차기, 못치기, 팽이치기...
세상의 모든 곳이 우리의 놀이터였고,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이 우리들 놀이기구였었자나..
그러던 어느 날 너는 예고도 없이 우리 곁으로 다가 왔단다.
오늘부터 우리와 같이 생활할 우리의 친구라고 선생님이 너를 소개할 때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가 바로 너인줄 알았단다.
전학이란 단어도 알지 못할 때였는데,
너의 부모님 사정으로 시골로 전학을 왔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그 당시에는 왜그리도 너의 부모님이 고맙게 느껴지던지...
넌 그 날을 기억하니??
첫 날...네가 우리들 앞에 나타났던 그 날...
깨끗이 빗질한 단발머리를 머리핀으로 곱게 뒤로 제쳐 단장하고
유난히 하얗던 너의 피부는 긴 목덜미 속으로 이어져
이 청순한 시골아이의 가슴을 뛰게 했었지
곱디고운 하늘색 원피스(난 그게 원피스인 줄은 후에 누나가 얘기해서 알았지만..)에
무릎까지 올라온 목이 긴 흰 양말, 그리고 하얀 끈으로 묶은 하늘색(이것은 아마도..) 운동화...
너 자신을 소개하던 너의 목소리...
처음 듣던 부산 사투리도 그렇거니와,,카랑카랑 굴러가던 너의 목소리,,
어쩜 그리도 이쁘고 활달하던지..너의 노래소리는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반짝 빛났었고,
까만 속눈썹에 맑고 고운 큰 눈을 깜박거릴땐, 넌 천상의 어떤 천사보다도 더 아름다웠단다.
난생 처음 시골아이의 가슴도 빠알갛게 물들었단다.
^^*^^-_-;; 이렇게 말이야..^^
하루는 학교가 끝나고 집에 오는길에 냇가에서 친구들이랑 옷을 벗고 멱을 감고 있을때 너도 같이
멱을 감겠다고, 팬티만 입고 물속으로 들어와 그때 우리 창피해 죽는줄 알았단다.
넌 꽤 말괄량이었던거 같아..그치??
사실, 너도 알다시피 우린 그때 팬티 같은 것은 구경도 못했단다...
그런다고 반바지 입고 멱감을 수는 없잖니...
4학년 운동회때 넌 나랑 같은 편인 청군이었는데...
니가 조아하는 종환이가 백군이 됐다고 투덜대고 울쌍을 지을 땐
난 같은 편이라서 기쁘면서도 속이 상해 인생을 그만 살아볼까도 생각했었단다...헉~
5학년이 되면서 넌 말도 없이 떠났지. 겨울방학 도중에 다시 부산으로 훌쩍 가 버린모양이야...
주소도, 다시 돌아온다는 기약도 없이...그렇게 훌쩍...
어린 시절, 좋아하고 보고싶고 같이 오래도록 함께하고 싶었던 사람이
그토록 아주 멀리 볼수도 만날수도 연락할수도 없이 떠나 버린다는게
얼마나 큰 상처였는지 넌 알고 있니?
지금은 너도 마니 변하고 우리도 마니 변했다.
하지만, 가슴에 남아있는 그 추억들은 삶의 고단한 피부속 깊숙히 여전하단다.
넌 항상 우리들 모두의 애인이었고 희망이었다...
그런 네가 요즘 나이좀 들었다고, 아니 세상살이 좀 힘들다고, 이룬것도 없이 해논것도 없이
아니벌써 50줄에 들어섰다고 그런진 모르지만...
종종 외로운 모습, 우울한 모습, 울적한 표정 짓는거 같아 나도 슬프다.
3월이 오면 생각나는 너...
자~~~지숙아~~~힘내자...홧~팅!!!!
그리고 우리에게 남겨져 쓸수있는 모든거 화끈하게 쓰고 가는거야..
우리의 남아있는 정열을 한없이 태우자꾸나.
인생은 우리의 것이란다.
즐기는 음미하는 사랑하는 자들의 것이란다.
남아있는 시간...찰나의 시간을 사랑하며 살아가자...아자아자~~~
자~ 지숙이를 사랑하는 우리의 모든 친구들!!!!
우리에게 주어진 우리의 모든 것들을 사랑하면서 ....다함께 건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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