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까머리 고등학생의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해주어
잠시 추억에 잠겼다.
아스라이 남아있던 기억의 편린들이 어지럽게 떠돈다.
목련향, 아카시아향, 라일락향이 짙게 깔린
다가골의 봄과 초여름의 기억이
나를 취하게 한다.
입시의 굴레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마음껏 계절을 즐기리라 다짐하며
인톤관에서 젊음을 삭이던 멍청하도록 순진하기만 했던 우리들....
커가는 성장속도에 맞추어 기장을 길게 맞춘 교복을 어색하게 입고
작은 키만큼이나 움츠러들었던 시절.
생각하면 웃기기도 하고
슬프기도 한 우리들의 다가동 생활!
부정할 수 없는 우리의 추억이기에 소중히 사랑해야 한다.
너무도 많은 추억이기에
얼른 생각나는 단어만 기억해내자!
삼일탁구장 할머니, 성심여고 학생들,
석균이 이모딸 친구들, 재웅이 동생 영란이,
신흥교회, 방범대원 라집사님, 형량이 여자친구 성심여고생
부활절 성가대연습, 기전여고다니던 키큰 여학생,
남진이 집에서 고스톱치며 끓여먹던 오뎅국과 말 징그랍게 안듣던 여동생
고교 1학년에만도 이렇게 많은 추억이 있다.
생각해보면 얼굴 화끈거리는 부끄러운 기억도 있고
희미한 웃음을 머금게 하는 기억도 있다.
참!
얼마전에 전일내과라는 병원에 갔는데
얼굴이 익은 의사가 진찰을 하길래
명패를 슬쩍 봤더니....아글씨~~
전기엽!
다가동 소굴로 통하던 그 긴 골목의 귀한 아드님이신거야!
아는체를 했더니..네 근황을 묻고...
다음에 한번 만나보거라
옛날 이야기를 했더니 편지고 뭐고 우선 술이나 먹고 싶다.
술시가 넘었으니 술이나 한잔해야겠다.
다음에 또 쓸것을 약속하마.
그리고
내 사진도 보낼테니 히딩크에게 안부 전해다오.
안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