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0(일욜) 40도의 타는 듯한 태양이 왼종일 같이 했다.
어제밤 11시가 좀 넘어 잠이 들었는데, 아침 5시 45분에 눈이 떠진다.
차안은 에어컨 조절이 잘되었는지 춥지도 덥지도 않았다. 다만, 중간중간 정거장에 들어설때마다 덜커덩거리는 소음으로 종종 깼지만 그래도 피곤했던 덕이었는지 충분히 숙면을 취했다.
커튼을 제치니 나일강을 따라 난 저 건너 고속도로의 가로등 불빛만이 희미하게 졸고 있을뿐 사방은 어둠으로 둘러쌓여 있다. 6시가 좀 넘자 사방이 금새 환하게 밝아온다.
언뜻언뜻 지나가는 종려나무들 사이로 허름한 벽돌집들, 짓다가 만듯한 가축 우리들과 이른 아침에 더위를 피해 밭에 나와 일하는 부지런한 농부들, 무슬림 복장을 한 양치는 소년, 반듯하게 잘 가꾸어진 밭에선 수확 직전의 누런 밀, 옥수수와 사탕수수 그리고 이름 모를 파란 곡식들이 시골아이의 가슴에 고향의 내음을 한껏 안겨준다.
나일강을 따라 한없이 달릴 것만 같던 열차가 8시 50분에 시골풍의 아스완역에 들어선다. 차장이 방문을 두드리며 여기서 내려야 한단다. 열차에서 빵과 약간의 치즈 그리고 내가 젤 조아하는 꿀쨈에 커피 한잔으로 아침을 먹어서인지 몸도 마음도 한결 상쾌하고 든든했다.
Aswan은 이집트 남동부 아스완주의 주도로 예로부터 주변국 수단과 이디오피아와의 상업, 교통의 중심지인 인구 약 100만명의 도시이다.
이곳 현지 가이드가 역까지 마중을 나와 호텔로 안내한다. 나일강변에 자리한 Isis 호텔은 경치뿐만 안니라 내부의 정원, 실내의 분위기, 아름다운 풀장까지 영화속 암흑가의 보스가 즐기는 별장만큼이나 화려하고 멋졌다.
나일강이 훤히 보이는 창가에 짐을 풀고 밖으로 나왔다. 오전에는 펠루카를 타고 나일강을 유람키로 했다. 큰 돛을 단 돛단배를 타고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바다처럼 넓은 초록빛 강위를 달리는 그 맛이란 정말이지 감동 그 자체였다. 40도까지 올라간 폭염이 푸른 강을 타고 부는 바람앞에선 한낱 봄바람에 불과했다. 두세시간쯤 강 중간에 있는 두개의 섬--꽃과 식물의 정원 그리고 누비아족 마을 엘레판틴 섬을 돌았다. 식물원에 소풍나온 흑인 소녀들도 만났고 아직도 누비아족이 살고있는 마을 어귀에선 보트를 등에메고 강가로 나오는 소년도 보였다. 허물어져 널브러진 그들의 유적지와 박물관을 보고 나오니 호텔로 돌아갈 시간이 다 됐다. 오후엔 또다른 일정이 기다리고 있으니...
호텔 식당에서 가볍게 점심 식사를 마치고 가이드의 안내로 봉고에 올랐다. 무슬림 복장(질잡, 이곳 이집트에선 갈라리야)을 한 여자 가이드와 함께 봉고엔 다른 일행들도 많이 타고 있었다.
카이로보다는 보통 5도이상 차이가 난다고 하던데 정말이지 미완성 오벨리스크가 있는 고대의 채석장으로 올라갈 때 각시를 보니 숨이 헉헉 막히는게 눈에 보였다.
여기 날씨는 습도가 높지 않고 건조하기 때문에 햇볕 아래에선 뜨거워도 그늘 속으로만 들어가면 괘안타. 우리나라의 무더운 여름과는 좀 다르다.
오벨리스크는 태양신 숭배사상에서 만들었는데 여기에 있는 이 만들다 만 오벨리스크는 중간에 금이가는 바람에 그만 두었단다. 길이가 40미터도 넘는 대형 화강암 바위 덩어리를 정과 끌로 혼열을 다해 쪼았을 고대 장인의 땀방울이 아직도 녹아있는 듯했다.
화강암 바위에 구멍을 뚫고 통로를 내어 뒷면을 작업했다는 가이드의 설명에는 벌린 입을 다물수가 없었다.
더위로 숨이 헉헉 막히는 시간에 에어컨을 최대한 올린 봉고를 타고 아스완 하이댐을 둘러 필레신전을 보러갔다..
하이댐으로 인하여 생긴 인공호수가 이집트의 전 대통령의 이름을 따서 나세르호수라 명명했는데, 세계에서 젤 큰 인공호수라고...넓이는 무려 벨기에 면적만하다고 가이드가 자랑을 한다.
원래 1912년 영국인들에 의해 지어진 아스완댐만으로는 나일강의 홍수를 감당할 수 없어 1960년부터 공사를 시작해 1971년 이 하이댐을 건설했단다. 이 댐을 막으면서 수몰위기에 있는 람세스2세의 신전 아부심벨과 필레신전을 유네스코에서 서둘러 그대로 옮겼단다.
아부심벨은 낼 아침에 보기로 하고 오늘은 아스완댐과 하이댐 사이에 있는 필레신전을 보기 위해 배를타고 인공호수에 떠있는 섬으로 갔다.
필레신전은 원래 필레의 섬에 있던 이시스(Isis)신전 이었는데, 하이댐의 건설로 수위가 놓아지자 가장 비슷한 섬으로 방위까지 측량해 거의 그대로 옮겼놨단다.
필레신전은 다른 신전에 비해 아기자기한 면이 있고 이쁜 모습을 하고 있다. 넓은 광장 통로를 지나 제1탑문을 들어가면 열주전과 이시스 신전으로 연결된다.
이시스는 하늘의 신 누트 여신과 대지의 신 게브 사이에 난 장녀로 그의 오빠 오시리스에게 시집가 호루스를 낳는다. 이시스는 그리스의 데메테르, 헤라, 셀레네 또는 아프로디테와 동일시되는 이집트의 여신이다. 오시리스가 세계 평화를 위해 전장에 나간사이 그의 동생인 악마의 신 세트가 오시리스를 죽여 시신을 14조각으로 내어 강물에 뿌리자 이시스는 아들 호루스로 하여금 복수케한다.
이토록 아름답고 이쁜 신전을 초기 콥팁교회 신도들이 접수하면서 신들의 얼굴과 가슴을 통통 파버렸다. 나외에 어떠한 신도 섬기지말라는 가르침에 따라 그랬다나...
입에 침을 튀기는 가이드의 열변에 종교나 이념의 갈등에 대해 잠시 생각했다. 진정한 평화와 사랑을 위해 상대의 종교나 이념도 이해해줘야 되는건 아닌지...
호텔로 돌아와 태양이 중천에 떠있는 오후 6시에 쿠사리로 저녁식사를 마치고 애들과 함께 호텔에 딸려있는 풀장에서 수영도하고 각시랑 맥주도 한잔했다. 마침 강 저편 너머로 지는 태양이 석양의 노을을 검붉게 만들었다. 강가 테라스엔 일본에서 온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두 여자애들이 지는 태양의 그림자를 따라 서둘러 자기 집으로 향하는 나일강의 펠루카를 감상하며 맥주잔을 기울이고 있다.
난생 첨 펠루카를 타고 신이난 아이들
마도로스가 된듯한 기분이것쥐~~
식물원에 소풍나온 아이들..
우리를 보더니 엄청 반가워하네여~~박수치고 난리났슴다..
누비아족의 소년
누비아족의 유적지...
저 누비아족의 아저씨가 가이드를 자청...
고대의 채석장에 오르고 있습니다.
화강암 바위 덩어리에 내리쬐는 40도의 태양에 헉헉~~
길이 41.7m의 미완성 오벨리스크...카르낙신전에 세울 오벨리스크를 만들다가
가운데 금이 가는 바람에 그만 뒀담다.
통로에 커다란 구멍을 내고 그 밑으로 통로도 내어 뒷면을 깍았다는 가이드의 설명에
헉~~
오벨리스크란 고대 이집트 왕조 때 태양신앙의 상징으로 세워진 기념비.
하나의 거대한 석재로 만들며 단면은 사각형이고 위로 올라갈수록 가늘어져 끝은
피라미드꼴이다.
태양신 신앙과 관계가 있고, 고왕국(古王國)시대에는 분묘의 기념비로 건립되었으나
중(中)왕국시대 이후로는 국왕의 통치 기념제 때에 신전탑문 앞에 한쌍으로 건립.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것은 헬리오폴리스(태양의 도시라는 뜻)에 있는, 제12왕조의
세누세르 1세가 건립한 것으로 높이 20.7 m이다.
1960년 시작된 아스완 하이댐의 공사로 수몰위기에 처해 필레 섬에 있다가 이곳으로
이사온 필레신전..
유네스코가 재정을 부담하고 앞장서서 이곳으로 옮겼는데, 원래의 모습 그대로
방위와 주변의 환경까지 거의 완벽하게 복원했다 하네요.
이 신전의 주신이 로마신화에도 자주 등장하는 이시스(Isis)신이였는데 오시리스(Osiris)의
부인으로 필레의 섬에서 아들 호루스(Horus)를 낳았다는 전설이 있다.
그녀의 무릎은 호루스가 앉았던 첫 '왕좌'이기 때문에 그녀의 머리는 왕자의 형태를 한
머리의상을 하고 있다.
신들의 몸, 특히 얼굴과 가슴부위를 끌과 정으로 쪼아버렸습니다.
초기 곱트 교회가 들어와 나외에 어떤 신도 섬기지말라는 교리에 따라 저렇게
무자비하게 신들의 몸을 쥐어뜯어 놨다고~~
열받은 가이드~~
가이드가 이쁘고 영어 발음도 또박또박...쉽게 잘 설명해 준다.
사명감을 띤 의식있는 가이드인듯...전생이 선생님이었남???
풀장에서 피곤한 하루의 마무리..
맥주는 바로 이맛이야~~컥~
음...피로가 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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