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즐거워

아크로폴리스 광장을 돌고...

시골아이! 2006. 6. 2. 23:31

약간의 취기로 푹 자고 일어나 호텔 1층에 있는 식당으로 갔다.
이름도 이쁜 아리스토텔레스 호텔은 시내 중심에 있지만, 비싸지 않고 유스호스텔 같다고
생각했는데, 식당에 드니 나이 지긋하거나 가족단위로 온 서양인들로 꽉차있다.
우리처럼 절약절약 여행을 즐기는 서양인들도 많은가 보다.
깔끔하게 차려진 빵과 케익이 입안에 상큼하다.

 

애 엄마는 식사후에 떨어진 신발을 6유로에 꿰메고 들어왔다. 지난달 이집트 카이로에서
3파운드(600원)에 수선을 했던 그 신발...이젠 더이상 떨어질 염려가 없이 확실히 꿰멨단다.

 

체크아웃을 하고 짐가방들은 호텔에 보관한 채 오모니아 광장까지 걸어 파란색 메트로를 탔다.
오늘은 아크로폴리스 광장 주변을 돌고 저녁에 산토리니행 유람선을 탈 예정이다.


아크로폴리스 광장 역에 내리니 짓푸른 숲으로 둘러쌓인 언덕과 그 위에 파르테논 신전이
희미하게 보인다. 언덕을 오르는 길은 넓은 찻길이다. 차들은 없었지만...
버드나무 가지처럼 늘어진 올리브나무들의 그늘이 있어 무더운 아침 햇볕에 가던 걸음을
멈추게한다.

 

언덕의 넓은 중턱엔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과 학생들, 그리고 버스와 봉고들이 줄지어 있다.
우리도 나무그늘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했다. 애 엄만 쉬면서도 연신 지도를 꺼내놓고
연구에 연구를 거듭...돌다리를 두들기고...

 



 

 

아크로폴리스 하면 생각나는 파르테논 신전...광장 언덕의 중앙에 자리하고 있는 신전까지
올라가는 길은 명동의 뒷골목보다도 더 붐빈다. 광장 매표소를 지나 올라가다 헤로데스 아티쿠스

음악당을 만났다. 고풍찬란하고 웅장함에 우선 기가 죽는다. 밤에만 음악회를 연단다.

 

기원전 432년에 지어진 아크로폴리스 광장 정문의 프로필라에아..
오른쪽엔 기원전 420년에 페르시아 전투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지은 아테나 신전..

역사시간에만 들어온 그 현장에 서서 잠시 과거로의 시간을 여행하고 있는데
곱게 늙은 한 동양 할머니 한분이 나를 보고 미소를 짓더니 말을 건넨다...
우리동네에 살았던 할머니신가??? 그런데 그 할머니 중국어로 말을거넹~~나보고 중국말을
할줄 아냐고...헐~~  내가 중국사람처럼 보였남???
할머니의 보통화 실력이 보통이 아니다.

 

조금 한다고 했더니 자기는 일본사람인데, 같이온 팀들은 중국인들로 먼저 언덕위로 올라간지
한시간이나 됐다나. 아직도 내려오지 않아 만나지 못할까 걱정이란다..
자기는 무릎이 아파 더이상 못올라가고 여기서 기다리는 중이라고...
나더러 자기팀의 마크를 보여주면서 만나거든 야기좀 해달란다.
참으로 곱게 늙은 뽀얀 할머니시다...삐에딴신, 컨띵 메이원티..닌짜이쩌얼 시우시쥬하올라...^^

 

한창 공사중인 아테나의 신전을 지나니 확 트인 언덕위에 교과서에서 본 파르테논 신전이
그대로 나타난다.
크고 반지르한 화강암 바위가 평평하게 펼쳐진 바닥 주위엔 잘 다듬어진 대리석 돌멩이들이
여기저기 흩어져있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 신들의 고향엘 온 것 같다.

 

오르는 사람들, 내려오는 사람들 한데 어우려져 파르테논 신전 주위엔 인산인해를 이룬다.
예전엔 이곳은 신성한 곳으로 아무나 오르질 못했단다. 하기야 올림프스의 신들을 모시던

신전들이 있던 곳인데, 부정타게시리 아무나 올라올 수 있다면 안되겠지...

 

아테네의 수호여신 아테나를 위해 기원전 438년에 완공한 파르테논 신전은 바닥과 기둥,
지붕에 이르기까지 오로지 대리석만으로 지은 도리스식 건축물의 백미이다.

건축물의 양식에 대해 공부할때에 단골메뉴로 등장한 것이 바로 이 파르테논 신전 아니었던가.. 


베네찌아 군에 의해 현재의 모습으로 파괴되었다는데, 높다란 크레인으로 복구가 한창이었다.

특히 19세기초 그리스에 와있던 영국대사 엘긴경은 당시 그리스를 점령하고 있던 오스만 제국에

돈을 지불하고 파르테논 신전으로부터 뜯어낸 벽면, 기둥, 조각품 등 100여개가 넘는 대리석 조각을

영국으로 가져갔다한다. 그의 이름을 따서 '엘긴 마블스(파르테논 마블스)'라고도 불리는 이 대리석

조각들은 런던의 대영박물관에 전시해놓고 지금까지 그리스의 반환요구를 거절해 오고 있다한다.


하긴, 엘긴 마블스를 돌려 준다면, 대영박물관의 전시품 대부분을 각 나라에 돌려줘야 할 판이니,

그리 쉽진 않을 것이다.

파르테논 신전 남쪽으로 돌기 시작했다. 언덕위에서 본 아테네의 시내는 거의 현대판이다.

언덕아래 흩어진 과거의 흔적들만 빼놓고..

기원전 2세기경에 세워졌다는 스토아학원, 디오니소스 극장 등이 언덕 아래에 부서진 채로
그 잔해만 남아있고, 조금 떨어진 곳의 제우스신전은 대여섯 개의 기둥과 함께 넓은 터만
남아있다.
남동쪽 먼 발치에 낮은 산으로 둘러쌓인 올림픽 경기장도 보였다. 제1회 근대올림픽을 치뤘고,

근대올림픽 100주년을 기념하여 2004년 올림픽도 치뤘던 주경기장이다.

 

언덕 동쪽 끝엔 조그만한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이 있다. 아크로폴리스에서 발견된
기원전 6세기의 사자상, 붉은 색과 검은 색의 머리칼이 아직도 뚜렷이 남은 여인상,
에렉테이온 신전을 떠받들고 있던 6명의 소녀상(4개만 보였다)이 인상적이었다.

 

광장 북쪽에 있는 에렉테이온 신전은 멀리서 볼때엔 조그맣게 보였으나
가까이 다가가니 최소한 4,5층 높이는 됨직하다.
앞쪽에서 신전을 받드는 6명의 소녀는 물론 가짜지만, 진본 못지않게 아름답다.
아테나 여신을 기리기 위해 기원전 406년에 지은 신전인데, 그 신전앞에 아테나가
그녀의 상징인 올리브나무 세그루를 심었으나 페르시아 침략자들에 의해 뽑혀졌단다.

 

널브러진 대리석 바위 위에 올라서서 사진을 찍으려 폼을 잡자, 명찰을 찬 관리인이
다가오더니 돌멩이에서 내려오란다.
이것도 2,000년이 넘은 유물이란걸 깜빡했다...하이~~쏘리데스~~
저런 무식한 일본넘...ㅉ

 

언덕 위에서만 한 두어시간 보냈을까...아직도 파르테논에 미련이 남아 보고또보고,,,
뭉게구름 낮게 드리워진 언덕위에 재롱기많은 올림프스 신들의 뛰어 놀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일본 할머니는 그의 동료들을 만났나보다. 자리에 안계시네...
다른 마크를 달고있는 중국인들은 보았지만 할머니와 같은 표식을 한 사람들을 못만나
속으로 안탑갑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제우스신전 뒤, 작은 산으로 둘러 쌓인것이 올림픽 주경기장


언덕위에서 본 아테네 시내..

 

북쪽 언덕길을 따라 아고라로 내려가는 길은 우거진 숲들의 그늘이 있어 시원했다.
중턱의 삼거리 쉼터 나무밑에서 빵과 사과를 꺼내 점심을 때웠다.
애들도 배가 고팠는지 맛있게 먹는다. 등에 멘 가방이 훨씬 가벼워졌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던가. 배도 차오르고 등에 땀도 식으니 이제 2,500년전 어느 날
이 등나무 아래 어딘가에서 아테네의 젊은이들을 향해 "삶의 목적이란 무엇인가??,
행복이란 무엇인가??" 질문을 던지던 못생긴 아저씨 소크라테스가 퍼뜩 뇌리를 스친다.
분명 이곳 어딘가에도 소크라테스의 발자국이 남아있을 터...

 

아고라는 옛날 시장으로 시민들의 집회 장소로도 많이 이용되었다는데, 지금은 공원처럼
시원한 나무그늘과 벤취가 있고 휴식공간으로 안성맞춤이다. 특히 이곳 아고라는
그 옛날 소크라테스가 이골목 저골목 다니면서 제자들을 가르쳤던 곳으로 유명하다.

 

1세기에 지었다는 바람신의 탑은 정확히 동서남북의 뱡향을 맞춘 팔각형의 탑으로
해시계와 풍향계의 역할을 했다한다. 탑을 돌아 나가니 넓은 광장에 커다란 대리석들이
과거의 위용을 자랑하며 여기저기 누워있다.


음악회가 열렸다는 거인들의 궁전, 기원전 4세기에 지어진 아폴로 신전과 제우스 신전은
그 터만 남아있고 그 뒤 작은 언덕위엔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 신전이 웅장하게 서있다.

 

제우스 신전의 소나무 그늘에서 쉬고있는 사이에 호기심 많은 각시만 그 언덕을 올랐다.
사실, 날씨가 너무 무더워 뙤약볕에 발을 떼어 놓기가 싫다.
헤파이스토스 신전 외부는 여기서 본 그대로이고 내부는 아무것도 없단다...
헐~~안가길 잘했군...

 

 

언덕위에서 본 아고라...멀리 왼쪽에 헤파이스토스 신전

 

 

뙤약볕 수도꼭지에서 물을 빨아먹고 있으니 한 아줌마가 저 앞에 있는 박물관에 가면
시원한 물이 있고 내부도 시원하단다.
쿨하단 말에 서둘러 가까이에 있는 아고라 박물관으로 발을 돌렸다. 정말이지
시원한 물에 내부는 에어컨 빵빵이었다.

1층만 전시하는 그리 크지않은 박물관이다. 기원전 5세기에 도자기에 이름을 적어
도시의 꼴통들을 쫓아냈던 도편(패각, ostracism)들이 인상적이었다.

 


이름을 적어 추방했던 도자기...

위 도자기들 모두 데미스오클레스란 이름이 적혀있다..쥑일놈인게벼~~


진흙으로...어느 귀족의 부인이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 앤드 향수병.

 

 

아고라의 북문을 나서니 수많은 젊은이들이 길거리에 앉아 먹거리들을 즐기고 있다.
서양인들은 그늘 보다도 따가운 햇살을 더욱 즐긴다. 식탁위의 500cc 맥주들이 한낮의
태양 아래에서 황금빛으로 이글거린다.

 

이곳 Plaka 지구는 젊음의 거리, 쇼핑의 거리이다. 좁은 골목을 따라 작은 가게들이 촘촘히
박혀있다. 상점 이름들이 잼있다. 아리스토텔레스, 소크라테스, 아르테미스, 아테나...
그리스도 유럽인가 보다. 상점의 종업원이나 주인들 마저도 별로 무뚝뚝하다.
터키와는 사뭇 다르다. 상가도 활기가 없다. 오고가는 사람들은 많아도 정과 활력이
느껴지질 않는다. 물건값이 그리 싼 것도 아니고...

 

신기한 총과 칼에 관심이 많은 이강이는 11유로하는 장난감 권총에서 눈이 떨어지질 않는다.
하지만, 할수 없다..짐도 많고, 총은 집에도 많이 있으니까...

 

소크라테스 상점.

 

 

신화책 한권 사고 한 20분 걸어서 호텔로 돌아왔다. 밤배를 타고 산토리니로 가야한다.
지하철에서 내린 아테네 항구는 생각보다 크다.
처음온 항구지만 각시는 우리가 타야할 배를 찾아 물어물어 짐을 끌고 잘도 찾아간다.
정말로 대단한 각시여~~

 

항구 서쪽 하늘이 노을로 붉게 물들때 우린 커다란 유람선에 올랐다.
1등석을 예약했기에 여권으로 신분을 확인한 직원이 우릴 방까지 안내한다. 3층 313호...
침대가 양옆 아래위로 네개...방안에 샤워 시설까지 깨끗하고 맘에 쏙 든다.


가지런히 깔아논 담요엔 "釜關훼리"라고 씌여있다...한글을 보니 무쟈게 반갑다.

짐을 대충 던져놓고 따뜻한 물로 샤워를 했다. 육지에 있는 호텔만큼이나 콸콸 나온다.
애들은 벌써 갑판위를 뛰어다니고...


식당에서 가볍게 식사를 했다. 너무 비싸 무겁게 할 수가 없다.
스파케티와 볶음밥...그리고 맥주도 한잔 곁들여서...

 

10시 20분 아테네를 떠난 배는 지금쯤 에게해 바다 멀리 높은 파도를 넘고 있겠지..
애들도 피곤했던지 침상에 엎어져 오래 떠들질 못한다. 낼 아침 8시가 넘어 도착한다니
푹 자두거라...무더운 초여름 날씨에 베낭여행처럼 연일 강행군이니...


내일은 그리스의 가장 아름다운 섬중의 하나인 산토리니에서 우리끼리 드라이브 하면서
모처럼 휴식을 만끽하자꾸나...^^*

 




아테네 항구에 밤은 깊어가고...

 

샤워를 하고 상쾌하게 나왔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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