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일)...화창한 오전, 무더운 오후
어제의 배멀미로 몸도 힘들것같구.. 오늘은 잠자고 싶을때까지 잠을 자기로 했는데...
7시 조금 넘으니 잠이 깬다...두눈 껌벅거리며 천장만 쳐다보고 있을 수도 없고...
카메라를 꺼내어 지난 시간 찍었던 화면들을 되돌려 보았다...디카는 여러모로 편하다.
비디오처럼 되돌려 보면서 맘에 안드는 장면 그냥 지워버릴 수도 있고...
이번 여행의 마지막 일정, 크레타 섬의 유람이다. 이 섬은 자식을 잡아먹는 크로노스의 눈을 피해
제우스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다. 암브로시아와 넥타를 먹고 마시며...
지난달 25일부터 꽤 긴 시간 강행군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애들은 어제 마니 피곤했나보다...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일어날 생각을 않네..
혼자서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본다. 걱정이 앞섰던 터키-그리스의 여행이 벌써 막바지라니..
호텔 지하에 차려진 아침상은 매우 깔끔하다. 물론 빵과 쨈이 전부였지만...
화창한 햇살을 받으며 가벼운 차림으로 마지막 출전의 시동을 걸었다. 언덕을 올라 엘그레코 공원을
지나니 조그만한 광장이 나오는데, 광장앞 어느 건물에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이 들어간다.
우리도 무심코 따라 들어갔다. 무슨 갤러리 같다. 알고 보니 성 마르꼬 바실리카(교회)라고 써 있는데
마침 실내에선 그림과 조각품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그리스의 현대 화가의 작품같은데 누구의
것들인지도 몰라 그냥 한바퀴 돌고 나왔다.
삼각형의 조그만한 광장 한 가운데에 있는 분수 네마리의 사자 입에서 시원한 물을 뿜는다.
이 도심 한복판에 이도시를 점령한 베네찌아인들이 1628년 만든 사자분수란다.
가이드 북엔 물이 나오지 않는다고 씌어있는데, 언제 물줄기를 끌어온거쥐~~
크노소스 궁전으로 가기위해 길가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어느 곳을 가더라도 바디 랭귀지란게 있다.
손짓 몸짓으로 화장실까지 찾아갈 수 있는게 바디랭귀지다..근데, 그리스는 참으로 이상한 동네다.
이곳에선 대답으로 yes는 '네이(nei)', no는 '오히(oxi)'라고 하는데,,,가이드 북에서 주의를 준다.
긍정의 "네이"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 부정의 "오히"는 고개를 아래위로 끄덕인다고...헐~~~
버스 운전기사를 상대로 시험해 봤다...궁전까지 가냐고 물으니 "오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다음 버스를 타란 시늉을 한다.
궁전까지 가는 2번 버스 기사한테도 물었다..헉~~ 고개를 흔들며 빨리 타라고 손짓을...
시내를 벗어나 먼지풀풀 시골길을 20여분 달리니 신화속의 궁전, 전설속의 미궁 크노소스가 나타난다.
기원전 2,000년경에 전설속의 미노스 왕이 건설했다는데 지진으로 부서지고 기원전 1,700년경
다시 지은 것이란다. 이것마저 지금은 폼페이처럼 부서져 내려앉고 뼈대만 남아있다.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가두기 위해 크노소스 궁전 지하에 미궁을 만들었다던 신화속 상상의 세계가
1900년 영국 에반스의 발굴로 세상에 드러나 미노아 문명의 실체가 드러났다.
궁전은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지만, 4천년전의 궁전이라 생각하니 어마하게 크게 보인다.
미궁에 갇힌 미노타우로스도 한 사날 머리만 쓰면 충분히 탈출할 수 있을 것 같다.
4충 규모에 1,200여개의 방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제우스의 아들 미노스 왕의 부인 파시파에는 헬리오스와 님프 크레테의 딸로 욕심이 많았다.
미노스는 매년 포세이돈에게 자신이 가진 것 가운데 가장 좋은 소를 바쳤는데...
어느 해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흰 황소에 반한 부인 파시파에가 간절히 부탁해 생각없는 미노스가
그 황소를 감춰두고 다른 놈으로 제물을 바쳤겠따...
포세이돈은 바다의 신인데 이를 모를리 없지...
이에 열받은 포세이돈은 파시파에 왕비로 하여금 그 황소와 사랑을 하도록 만들었는데...
황소에 대한 요상한 감정에 빠진 그녀는 당대의 건축가 다이달로스에게 망측한 고민을 털어 놓는다.
천재 다이달로스는 속이 빈 나무암소를 만들어 가죽을 씌우고 그녀가 들어가게 되는데...
굴밤나무 숲 아래에서 풀을 뜯던 흰 황소는 가짜 암소를 발견하고, 드디어 파시파에는 그녀의 성욕을
채울 수 있었다.
덕분에 왕비는 소의 머리에 인간의 몸뚱아리를 한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낳는다.
미노타우로스는 인간만을 잡아 잡숫는 바람에 다이달로스가 설계한 크노소스 궁전의 지하 미궁에
갇히고 황소는 헤라클레스가 나타나기 전까지 크레테를 황폐화시켰다.
황소는 마침내 아테네의 용감한 청년 테세우스에 의해 죽음을 맞고 미노타우로스 역시
공주 아리아드네의 도움을 받은 테세우스에 의해 단 한방에 죽임을 당하여
신화를 읽는 독자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바로 그 크로노스 궁전의 서쪽부터 돌았다. 의식 장소, 강당으로 쓰였던 것으로 추정하는 돌계단,
삼부신전과 성수 저장소,
왕의 방에서 본 돌로 만든 왕좌와 상상의 동물 그린핀이 그려져있는 프레스코화, 올리브 열매와
씨앗이 발견됐다는 커다란 항아리가 있는 창고, 북쪽 항구로 이어지는 대로에 세관으로 추정하는
건물의 황소벽화, 지하에 부서져 누워있는 급수와 배수시설을 보니 몇천년전 미케네 문명을
꽃피우게 한 선조들의 지혜에 숙연해진다.
왕궁으로 사용한 동쪽 건물엔 왕의 길로 추정하는 통로 양측에 나무기둥이 있고, 맨 아래층 여왕의 방은
이곳 궁전에서 가장 화사한 방으로 소문이 나 있는데 화사하게 장식된 기둥이 보이고 벽에는 돌고래의
그림과 옆방에 수세식 화장실이 있는 욕조가 있다는데 아예 방을 들어갈 수 없도록 새끼줄을 쳐놨다.
국가적인 위신과 신사체면에 아쉽지만 어쩌랴~~한가닥 새끼줄 하나 넘을 수 없나니...
남쪽의 입구엔 허리가 잘록한 '백합왕자'의 그림이 무척 아름답고 사실적이다. 본관 중앙에 있는
벽화들은 모조품인데, 진본은 모두 오후에 들를 시내 헤라클레온 고고학 박물관에 있다.
시원한 소나무 그늘 바위에 걽터앉아 약간의 빵과 과자, 사과2개, 바나나 2개로 시장기를 그럭저럭..
애들은 주위의 개미들에 더 관심있다..빵부스러기를 개미구멍 앞에다 놓아주는 친절함도...

이런 구멍이 세개가 나란히 있다...발견한 사람의 이름을 따서 Kouloures의 구멍이라 한다.
꽤나 깊다...용도는 뭐였는지 아직도 모른다고...
미노타우로스의 먹이인 젊은 남녀를 가둬 놓았던 지하 감옥은 아니었을까...

궁전의 서쪽광장
Royal road라는 서쪽 대로는 극장의 계단으로 추측한담돠..


북문..
북쪽 대로는 항구로 이어져 이곳은 "관세의 방"이 아닌가 추측..
아무도 모르니까 발견한 자의 추측만이 우리가 알길..

왕좌의 방(Throne room)
왕의 옥좌 옆엔 환상의 동물 그리핀(반은 사자, 반은 새)이 왕을 보호하고 있다.
몇천년이 지난 지금까지 변치않은 프레스코화가 대단해 보인다..
왕의 집무실로 추측

동쪽에 있는 대계단..나무기둥이 있으며, 왕의 통로로 추정

시원한 여기 바위에서 뭐좀 먹으면 안될까??? 배가 좀 고파오는데...
애야 그것도 유물이란다...하긴 여기선 딛고다니는 모든 것이 유물이니까....ㅎ

궁전 중앙에 있는 본관

3x6=18개의 구멍엔 엄청난 귀중품들을 항아리에 넣어 보관했다 하네요..
발견한 사람이 다 가져가면 법적으로 어찌 되나여~~처벌 받나여??
쬐금만 가져가도 안되나여??

아쉽지만 더이상 지체할 수 없습니다..박물관도 들려야 하니까여~~
헤라클레온 고고학 박물관은 궁정 앞에서 2번버스로 20분 정도 거리의 시내에 있다. 입장료가 무료다.
오늘이 일요일이라구 궁전 방문도 무료라서 환호성을 질렀는데, 가는 곳 마다...오~기쁨 두배...
석기시대부터 로마시대에 이르는 다양한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특히 미노아 문명
(BC 3,100년~1,600년)과 미케네 문명(BC 1,600년~1,100년)의 유물들이 인상적이었다.
전설속의 왕인 미노스를 본따 불리는 미노스(미노아) 문명(BC 3,100년~1,600년)은 지중해 동쪽
전 지역에 걸쳐 번창하였는데, 오랫동안 신화속의 문명으로만 전해져왔다.
그러나 19세기말 독일의 하인리히 쉴레이만이 미케네와 트로이를 발굴하면서 호머의 서사시가
전설이 아닌 역사적인 배경을 읊조리고 있었음이 증명되었다.

뱀을 든 여신(기원전 17세기, 크노소스 궁전 봉납고에서 발견)
왕의 연회장에 있던 카마레 도자기들(기원전 17~19세기)
Kamares..검은색, 붉은색 등 다양한 색과 형태의 도자기들...
솥..(BC 15~17세기) Tylisos 집에서 발견됐다는데...아마도 막강한 지배계급이었던 듯..
벌, 소 등 다양한 모양의 금제품(BC 16~18세기)
추수하는 모습이 새겨진 수확자 항아리(BC 16~18세기)
소들을 엄청 숭배했나 봅니다...여기저기 소의 상들이 많은데(기원전 12~14세기)
뒤에 저렇게 구멍이 뻥 뚫려있어 쳐다보기 민망하면서도 재미있습니다..
2층 프레스코 벽화는 크노소스 궁전에 있던 벽화를 옮겨온 것인데,
사진을 찍을 수 없습니다..
아가씨 관리인이 마침 뜨게질에 열중인지라 몰래 몇컷..
소 위에서 재주부리는 곡예사(소위의 아크로바트, 기원전 1,600년)
크노소스 궁전 왕비의 방에 있던 벽화 "돌고래"
정말 푸른 바다위로 금방이라도 뛰어 올라올것 같다.
크노소스 궁전 본관에 있던 "푸른 크노소스의 여인들"
백합왕자...
미노스 왕의 반지..금 세공이 무지하게 정교하고 아름답다..
반지에 새겨진 문양이 이렇습니다..
하이데스와 페르세포네...그리고 지하세계를 지키는 케르베로스
박물관 밖으로 나오니 전원의 도시처럼 하얀 꽃과 연분홍 꽃들이 피어있는 가로수들이 한가한 상점과
집들을 사이로 평온하게 우릴 맞는다. 손으로 직접 만든듯한 옷들을 장식하고 있는 조그만한 가게에
난데없는 이방인들이 들이닥쳐 한가하게 차한잔 뜨게질로 서산의 햇빛아래 꾸벅이던 아줌마를
분주하게 만든다.
분수광장으로 나오는 먹자골목엔 어디에서 그리도 몰려나왔는지 테이블마다 왁자지컬.. 젊은이들의
맥주, 음료, 아이스크림으로 꽉차있다.
모노시니 분수광장의 주위 식당앞에도 지는 석양의 햇빛아래 쌍쌍이 자리를 하고 시원한 생맥주로
무더운 오후의 열기를 식히고 있다. 그 속에서 누군가의 눈인사...어제 날으는 바이킹에서 용감히 자리를
지키던 바로 옆자리 할머니가 황금빛 맥주잔을 기울이며 아는 체를 한다...자기도 여행중이란다..
우리도 엊저녁 그 식당 길거리에 자리를 잡고 수불라키에 한잔의 맥주로 갈증을 풀었다.
일찍 씻고, 일기쓰고, 그리고 이번 여행의 첨이자 마지막으로 애들이랑 원카드를 즐겼다.
뭐가 그리도 잼있었던지...웃고 떠들고 그 동안의 피로를 잊고 우리의 존재도 잊었다...
주인이 올라와 방문을 노크, 조금만 조용하게 웃을 수 없냐구 머리를 긁적일때까지....
맥주가 좀 모자랐나보다..각시가 잡아끌어 비탈길 상점을 올라가 미토스 맥주를 세병 더 샀다.
아직도 온몸을 감고있는 취기 때문이었는지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각시랑 둘이서 맘껏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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